(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고양=뉴스1) 박대준 기자 = “사람들 그림자조차 사라졌어요. 심지어 집단감염 소식 이후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 사람들마저 보이지 않아요.”
눈발이 내리기 시작한 29일 오후. 집단감염이 발생해 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원이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실버타운 입구에는 출입 차량조차 없이 적막감만 감돌았다.
이곳에 있는 요양원에서는 이달 5일 입소자 1명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최근까지 확진자가 40명을 넘어섰다.
이 시설은 코호트 격리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이따금 환자수송을 위해 출동한 구급차만 보일 뿐이다.
주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달 초 집단감염 소식이 알려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평소에도 요양원 면회객이나 직원들은 거의 이용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시설 관련 확진자가 다녀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으로 손님들이 찾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고양시는 지난 가을부터 발생한 요양시설들이 집단감염이 확진자수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이에 잇따른 ‘행정명령’으로 막아보려 하지만 현재까지는 속수무책이다.
고양시는 정신요양시설 ‘박애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지난 9월 시설 종사자들의 소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달 초 2곳의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또다시 발생하자 종사자들에게 자가격리에 준하는 생활수칙을 준수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두 번째 명령은 시설내 마스크 착용과 이동제한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명령기간도 새해 2월 14일까지로 장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29일 기준 이달 초 발생한 요양원 2곳과 인근 요양병원의 총 확진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이에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들의 불편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전화취재에 응한 한 60대 요양보호사 B씨는 “1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B씨는 “고양시 요양시설 집단감염의 대부분이 가족들로부터 시작돼 이제는 외출은 물론 가족들과의 대화도 자제하고 있다. 물론 가족 등 불가피한 접촉으로 감염된 뒤 전파시킬 경우 처벌받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혹여 고령의 환자들에게 옮겨 불행한 일을 당할 경우 그 죄스러운 마음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것 아닌가”라며 두려워했다.
대부분 50~60대인 이들 요양보호사들의 한 달 급여는 180만~210만원으로 일의 강도에 비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요양시설의 잇따른 집단감염과 이로 인한 한층 강화된 방역지침은 이들 요양보호사와 시설 직원들을 더욱 고단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아침·점심·저녁 하루 3회 체온을 재고, 시설 안에서는 절대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휴식시간이나 식사시간에도 사적인 대화는 물론 외부인과의 사소한 접촉도 철저히 금지됐다.
한 요양원 직원은 “현재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심리적 위축”이라고 잘라 말했다. 주변에서 계속해서 터지는 어르신들의 집단 확진과 사망 소식에 몸보다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요양시설 사태에 정부는 이달 ‘주 1회 의무적 PCR 전수검사’ 지침을 내놨다. 고양시는 여기에 더해 조금이라도 이상 소견이 있다면 신속 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일산서구의 한 요양원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은 요양원을 폐쇄하고 보호자에게 인계하면 해결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과 유치원 문을 닫았을 대 긴급돌봄 서비스를 찾는 가정이 60~70%나 된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로 생계 문제로 부모를 돌보지 못하는 가정들이 그 정도 일 것”이라며 “실제 이달 들어 주변 요양원 2곳과 요양병원에서 100여 명의 확진자가 쏟아질 때도 퇴원을 문의하는 보호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언제까지 시설 종사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할 수 없다. 결국 치료제와 백신이 하루빨리 나오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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