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이것 있나요?" 조사만 해도 '시끌'…성중립화장실 뭐길래

정인지 기자
2025.11.11 16:37

/사진=독자 제공

정치권의 요청으로 교육부가 전국 17개도 시도교육청에 성중립 화장실 존재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중립 화장실은 성별·장애·성정체성 구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화장실로 일명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한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교육기관은 남녀 화장실을 구분해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실제 설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교육계에서는 "성중립화장실 설치 여부 조사만해도 화제가 되는 현실"이라며 "사회적 합의 없이 성소수자, 제3의 성 등의 지원정책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교육청 "성중립 화장실 0, 현재 계획 없어"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등 각 교육청은 국회의원 요구자료에 따라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있는 학교 및 기관'을 집계해 교육부에 제출했다. 공문에는 일반, 공용(유아), 장애인(공용) 화장실이 아니라고 기재돼 있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 '유니버셜디자인 기본계획'을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시행한다고 밝히면서 '성중립'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교육청은 성별·연령·국적·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과 사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성중립화장실은 없으며, 설치 계획도 수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중 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교육기관은 남녀를 분리해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예외 사항은 남·여학교,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시설 등으로 제한적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 취합 결과 해당 학교는 아무 곳도 없었다"며 "제3의 성이나 성중립 관련 사업은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지난해 말 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성중립화장실 도입 여부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우리 사회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성중립화장실은 대학교에서 먼저 시도됐지만 수많은 민원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22년에는 성공회대에서, 2023년에는 카이스트에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했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구청에 폐쇄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관마다 '사회적 합의' 앞세워 논의 기피

모두의화장실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디자인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장애인을 위한 음성 지원, 유아용 변기 커버, 기저귀 교환대 등을 갖추고 있다. 2022년부터 이성 공공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가 만 5세에서 4세로 낮아지면서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처럼 보호자와 유아의 성별이 다를 경우를 위한 공용화장실 설치 요구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 이후 제3의 성을 경계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성평등가족부도 명칭 변경시 "'성평등'이라는 용어 사용과 제3의 성을 인정하는건 별개"라며 "성소수자 등에 대한 지원은 별도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같은 기관 명이나 부처 내 과 명칭 등도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공문을 보낸 상태다.

다만 정부조차 '사회적 합의'에 공을 미루면서 제3의성·성소수자 학생 인권 피해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은 지난 2023년 제3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24~2026) 수립을 앞두고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침해는 학생인권영향평가나 실태조사에 항목으로 구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워낙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주제다 보니 어떤 어려움이 있는 지조차 공식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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