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내년까지는 반등하겠지만 코로나19(COVID-19)로 이연됐던 결혼 수요가 해소되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요 출산 세대인 30대 여성 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저출생의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20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주최한 '지방분권과 기본사회 학술대회'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24년 출생아 수 반등의 인구학적 요인 심층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000명(합계출산율 0.75명)으로 9년 만에 반등했다. 올해도 분만 예정자가 30만명을 돌파해 합계출산율이 0.8명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 교수는 다만 "결혼 증가로 적어도 내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유지될 지는 불확실하다"며 "30대 여성인구는 향후 하락세로 증가하고 주거비용 증가, 청년 일자리 질 저하 등 구조적인 문제가 단기에 해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출산율 반등을 이끈 건 현재 30대 초중반인 '에코붐 세대'(1990~1995년생)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1990년대 초반생은 연간 70만명대가 태어나 60만명대였던 1980년 후반생보다 많다. 연령별 여성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의 경우 30~34세가 70.4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전체 기혼 여성 중 무자녀 여성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출산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이 교수는 "출생아 수가 어느 정도 반등해도 이미 진행된 인구 변화의 충격을 바꾸긴 어렵다"며 "2023년까지 가파르게 감소한 출생아 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12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산부인과, 보육시설, 학교 등 지역 사회 기반시설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에코붐 세대의 30대 초반 진입도 올해로 끝나 내년부터 2031년까지는 35~39세 여성 인구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지혜 보사연 부연구원은 "지난해 출생아 증가는 팬데믹 기간 일시적인 저점을 벗어난 회복과 정상화의 과정이었다"며 "생애 이행단계, 연령대, 출산 순위 등을 고려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산 경험자(25~44세) 1000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를 보면, 본인과 배우자의 출산의지, 연령 및 건강, 배우자의 가사 및 육아부담 지원 등이 출산에 중요한 요소였다. 둘째 자녀 이상 출산의 경우 보육서비스·돌봄지원, 정부의 저출생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출산자 10명 중 1명은 정책의 영향을 받았다. 5.5%는 정책 지원으로 출산시기를 늦췄고, 3.7%는 출산시기를 앞당겼다고 답했다. 정책 종류별로는 현금성지원, 일가정양립정책, 돌봄지원, 의료지원 순으로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 급여의 월 최대 상한액이 올해 1월부터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라 출산 시기에 따라 정책 수혜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이 부연구원은 "30~34세에게는 주거 및 양육부담 완화, 경력단절 예방 및 일가정양립지원, 부모역할 적응 등이, 35~39세에게는 난임·고위험 임신 관리, 자녀 학령기에 따른 장기적 관점의 돌봄 부담 완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