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후화한 강남 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을 빠르면 2033년까지 현대화한다. 5000억원 이상 투입해 최첨단 설비와 주민편익공간을 조성하고 처리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데 따른 대응조치다. 다만 사업지 인근 주민여론은 관건이다. 마포에 이어 강남에서도 주민들이 소각장 사업을 반대하면서 사업차질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4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현재 운영 중인 4개 광역 공공 자원회수시설(강남·노원·마포·양천)의 단계적 '현대화 로드맵'을 검토하고 있다. 운영기간이 20~30년을 넘긴 시설의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안정적인 처리능력 확보와 환경기준 대응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은 모두 관내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다.
첫 현대화 사업대상은 강남 자원회수시설이다. 목표 사업기간은 2033년까지다. 지난해 2월부터 한국환경공단이 기술진단을 진행 중이다. 기술진단 이후 올해 10월까지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기본계획에는 현대화 시설용량, 분야별 배치계획, 소요예산 등이 포함된다.
강남 자원회수시설은 가동한 지 23년이 넘었다. 2001년말 준공돼 현재 강남을 포함한 성동·광진·동작·서초·송파·강동·관악 등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운영됐다. 하루 최대 900톤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지만 노후화로 정비부담이 커지고 가동효율이 떨어지면서 대규모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현재 가동률은 70%선에 머무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현대화 방식으로 크게 △기존 부지 내에서 시설을 폐쇄한 뒤 새 시설을 짓는 '신설' 방식 △외형은 유지하되 설비를 전면 교체하는 '대보수' 방식 등 여러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현대화와 용량 확충은 중장기적인 도시운영에 필수라는 설명이다. 신설안으로 확정될 경우 하루 처리용량은 현재 900톤에서 1150톤으로 약 28% 증가한다. 총사업비는 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다른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에도 속도를 낸다. 1997년에 지어진 노원 시설은 노원을 포함해 중랑·성북·강북·도봉·동대문 6개 자치구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한다. 시설규모는 하루 800톤이다. 강남 시설과 함께 기술진단 및 타당성조사·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진행 중이다. 준공된 지 30년이 돼가는 양천 시설의 경우 '목동플랜트 복합개발' 등 사업구상 용역을 이달부터 2027년 2월까지 진행한 뒤 시행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시설규모는 하루 400톤 정도다.
최대 변수는 주민여론이다. 서울시는 현대화 과정에서 '증설' 반대여론이 높아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열린 강남 시설 현대화 관련 주민간담회에서도 일부 주민이 증설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호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노후시설을 현대화하면 환경적으로도 좋아지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소각량을 늘리는 부분이 문제다. 돈 많은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를 여기서 처리하라는 건데 왜 우리한테만 이러냐"고 반문했다.
마포에서는 기존 광역 자원회수시설과 별도로 1000톤 규모의 신규시설 조성사업이 추진 중이지만 주민반대와 입지결정 관련 소송 등으로 절차가 지연된 상태다. 오는 12일 2심 선고를 앞뒀다. 항소심에서도 패소하면 신규 건립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외부변수도 있다. 공공소각장 현대화는 서울시 재정과 국비가 같이 투입하는 사업인데 지난해 서울시가 요청한 국비 52억여원이 정부와 국회를 거치며 전액 삭감됐다.
서울시는 인근 주민들 보상방안과 시설 안전성 공개, 주민지원시설 확대 등으로 '기피시설' 우려를 줄일 계획이다. 현재 강남 시설 주변 영향 지역은 2934가구다.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매달 관리비·난방비 등이 지급된다. 올해 계획된 지원금액 규모는 140억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후시설을 안전하고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주민편익공간 확대와 투명한 운영, 주민지원기금 등을 통해 기피시설에 대한 우려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하루 약 2905톤의 생활폐기물이 발생한다. 이 중 69.4%(2019톤)만 시내 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한다. 올해부터 수도권에서는 종량제 봉투째 매립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