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학년도 영재학교 지원자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재학교는 의대 지원이 어렵지만 '의사보다 삼전닉스(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도체기업들의 성과급이 화제가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2028 대입개편 이후에도 주요 상위권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선호하는 기류가 확인되면서 영재학교를 비롯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 인기가 다시 올라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전국 8개 영재학교 중 2027학년도 지원 현황을 공개한 7곳(한국과학영재학교 제외)에 전년 대비 8.6% 늘어난 총 4155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6.21대 1을 기록했다. 이는 2022학년도 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이후 지원자 수, 경쟁률 모두 역대 최고치다.
학교별로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지원자는 634명으로 전년도보다 30.2% 늘었고 대전과학고는 13.8%, 대구과학고는 12.5%, 경기과학고는 8.8% 각각 증가했다. 다만 서울과고 지원자수는 전년 대비 2.5% 줄어든 651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학교별 경쟁률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7.55대 1로 가장 높고 대구과학고 7.32대1,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6.81대 1, 대전과학고 5.88대 1, 경기과학고 5.67대 1, 광주과학고 5.46대 1, 서울과학고 5.43대 1 등 순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의사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상위권 학생 중 의대보다 이공계 진로를 택한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 고조와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재학교는 여타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처럼 학점을 이수하는 구조다. 반도체학과에서 선호하는 고급 물리학, 고급 화학, 미적분학 등을 수강할 수 있지만 내신을 등급제로 산출할 수 없어 대부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취업이 연결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계약학과는 2027학년도 기준 10개대에서 460명 선발한다. 삼성전자는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과기원 등 7개대에서 350명, SK하이닉스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3개대에서 110명 선발, 전체 10개대 460명 선발한다. 임 대표는 "영재학교는 고등학교에서 기초과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수시 학종 전형에서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는 올 하반기에 진행될 과학고등학교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교학점제로 특목고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지난해 전국 20개 과고 지원자 수는 4년래 최저를 기록헸다. 올해는 경기도에 과고가 2곳이 신설되는 데다 주요 상위권 대학에서 학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인되자 다시금 특목고가 관심받고 있다.
김창식 엠베스트 소장은 "최근 특목고 입시 설명회 참석자 수가 전년 대비 늘고 있다"며 "과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연습 삼아 영재학교에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서울대는 고교학점제가 처음 적용되는 2028학년도 입시계획에서 내신 비중을 확대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일반고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지만, 이후 계획을 발표한 상위권 대학은 여전히 학종을 중시하는 입장을 견지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도 "내신경쟁이 있다보니 특목고가 대학 진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일반고 중에서도 학종 준비를 잘 시켜줄 수 있는 학교를 찾아야 한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진학 전 학교에 입시 결과를 문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재학교과 특목고는 교육과정 속도가 일반고보다 확연히 빠르고 입시 준비도 학교에서 지원해주기 어려워 조기선행과 컨설팅 비용 등 사교육의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김 소장은 "영재학교는 대학 수준의 수업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고, 과고는 1학년 때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이, 자율형사립고는 미적분 Ⅰ까지도 진도가 나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학교 3학년 때 선행이 어디까지 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적분 Ⅰ까지 배운 학생이라면 전국연합학력평가나 진학을 희망하는 학교의 내신 기출을 풀어서 경쟁력을 판단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