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 병가 확보?… 실효성 물음표

정인지 기자
2026.06.17 04:11

교육부 사망사고 대책안
순회교사 신설 법개정… 대체인력 인건비 확대 불구
업계 "연차 못쓰는게 현실"… 근본적 제도개선 필요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지난 15일 세종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교육부 장관-국가교육위원장-교육감 당선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립유치원 교사 10년차인 A씨는 1년 중 여름·겨울방학 기간에 10일만 쉰다. 1년에 15일을 기준으로 2년차 이후부터 연차가 늘어난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은 온라인 인사시스템이 없어 연가를 수기로만 관리한다. A씨는 "교육청에서 지도감독을 와도 원장이 문제없다고 하면 그만"이라며 "지역 유치원 원장끼리 정보교류가 많다 보니 그들의 눈밖에 날 각오를 하고 연차를 쓰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 유치원 교사의 독감 사망사건에 따른 대책으로 교육부가 대체인력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대체인력을 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사립유치원 교사들이 병가 외 연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지도점검' 외에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순회교사 신설·병가시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확대

16일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교사의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을 발표했다. 지난 2월 경기 부천에서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B형 독감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사흘간 출근하다가 증상이 악화해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한 대책이다. 해당 교사는 독감 판정 이전에도 유치원 발표회 준비로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렸다.

교육부는 먼저 '유아교육법'을 개정, 유아교육진흥원 등 교육행정기관에 '순회교사'를 둘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순회교사는 인근 지역에서 유치원 교사가 긴급하게 자리를 비울 경우 수업을 지원한다. 또 사립유치원 교사의 대체인력 인건비 지원을 확대한다. 그간 교육청마다 지원범위가 달랐는데 병가 외에도 공가, 특별휴가, 연수 등 지원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 연가는 지원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립유치원 연가 평균사용일 "조사한 바 없다"

법정 연차일수(15일) 대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연차 소진현황은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 김정연 교육부 영유아지원관은 "(원장이 연차를 부당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교사가) 신고를 하면 지도점검을 나가게 되지만 표면적으로 문제가 드러나야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며 "대체인력 지원으로 현장체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유아교육위원장은 "사립유치원은 원장이 인사전권을 갖고 있는데 이를 신고할 수 있는 교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에서도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연가 권리보장을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에서 사립유치원들의 연가관리 등을 지도감독하긴 하지만 대부분이 수기 기록이고 (기록물의) 진위를 가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사립유치원은 원장의 인사 및 운영 재량권이 강하게 작용해 일선 교사들이 휴가나 휴직을 정당하게 요구하더라도 재계약 거부나 임금동결 등 실질적인 신분상·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우려가 대단히 높다"며 제도적 장치와 법적 안전망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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