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국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000명 줄어 2021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은 43.8%로 전년 동월보다 2.4%포인트 떨어졌고, 이 낙폭 또한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크다. 청년 고용률 하락은 2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청년 구직단념자가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청년 '쉬었음' 인구는 38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2000명 감소해 4개월 연속 내림세였고, 구직단념자도 3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9000명 줄었다. 이는 적어도 청년들이 노동시장을 포기하고 있는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면서 청년이 진입할 일자리 자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청년들은 단순히 취업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어렵게 들어간 일자리조차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기업은 경력직을 원하고, 청년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 결국 청년들은 계약직·단기직·플랫폼 노동으로 밀려난다. '취업은 했지만 미래는 없는 상태'가 늘고 있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과거 신입사원은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회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조직의 기준과 책임을 배웠다. 그러나 지금 기업은 이런 입문형 과업을 AI로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치명적이다. 청년은 단순히 일자리만을 잃는 것이 아니라 일에 들어가는 경로 자체를 잃고 있다. 아무리 AI를 잘 다뤄도 실제 프로젝트를 맡아본 경험이 없으면 기업과 사회는 그 역량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국가 인프라가 필요하다. 도로와 공항이 아니라, 청년의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만드는 인프라다. 필자는 이 새로운 시스템을 '공공 일자리 파운드리'(Public Job Foundry)로 제안하고자 한다. 파운드리는 원래 쇳물을 녹여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공간이다. 공공 일자리 파운드리는 국가가 청년의 잠재력을 문제 해결 역량으로 바꾸는 시스템이다.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민간기업이 해결해야 할 현장의 문제를 프로젝트로 만들고, 이를 청년과 AI가 함께 수행하도록 연결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전통적인 공공근로나 단기 일자리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핵심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청년의 역량과 경력을 축적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AI 전환, 공공행정 혁신, 재난안전 데이터 분석, 고령화 대응 서비스, 지역 상권 디지털화 같은 과업을 국가가 '공공 과업은행' 형태로 공개한다. 청년은 단순한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프로젝트팀의 일원이 된다.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민 요구를 해석하고, 전문가와 협업하며, 결과를 책임진다.
여기서 핵심은 공공이 단순히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은 청년에게 일정 기간 보호된 실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수행하기 어려운 책임 있는 프로젝트를 국가가 제공하고, 초기 실패를 학습비용으로 흡수함으로써 청년이 실제 과업 속에서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필요한 재원과 제도적 기반은 상당 부분 갖춰져 있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청년 일자리·훈련·인턴·단기지원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단기 보조금, 반복 교육, 형식적 인턴십처럼 흩어져 있다. 이를 "실전 프로젝트 발주형 구조"로 재편하면 된다. 즉, 청년에게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실제 문제를 청년에게 맡기는 것이다. 기존의 일자리 예산 일부만 재구성해도 가능하다. 공공기관·지자체·민간기업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국가는 초기 실패 위험과 학습 비용을 흡수한다. 민간은 검증된 청년 인재와 프로젝트 결과를 얻고, 지역은 실제 문제를 해결하며, 청년은 경력과 포트폴리오를 축적한다.
이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다.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국가적 투자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과 사람, 데이터와 현장을 연결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더 많은 자격증도, 더 많은 교육도 답이 아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청년에게 첫 번째 일자리가 아니라 첫 번째 책임을 맡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청년에게 첫 번째 프로젝트를 맡기는 국가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