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교육 추가하고 교육교부금 '10조 펑크'...교육계 "기획처 못 믿어"

정인지 기자
2026.07.08 05:40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 관련 기획처·교육부 참여 공개토론회 개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및 지방채·기금 활용 추이/그래픽=윤선정

"교육 재정 담당입장에서는 2015년 '누리과정 사태'가 가장 큰 악몽으로 남아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만해도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빚을 져야 했죠. 국가가 명령한 정책을 시행하라고 해서 빚을 진 건데 교육청이 수익사업을 하는 기업도 아니고 무슨 수로 빚을 갚나요?"

한 교육부 관계자는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비만큼은 기획예산처가 예산을 편성하기보단 내국세에 연동하는 것이 맞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와 기획처는 8일 오전 10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주제로 약 1시간 동안 공개 토론회를 진행한다. 두 부처 장관이 나서는 이례적인 자리다. 교육교부금을 내국세에 20.79% 연동시키는 현 체제에 부처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것이다.

기획처, 2015·2023년 '사상 최대' 전망하더니 정작 막대한 '세수결손'

기획처는 학령인구 감소에서 국가 경제가 커질수록 교부금이 자동적으로 커져 연동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육부는 교육교부금의 60%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돼 최저임금인상, 물가상승률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다 학령인구는 감소하지만 정부가 새로운 교육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는 점 등으로 맞서고 있다.

심지어 기획처(옛 기재부)의 '장밋빛 세수 예측'에 정부가 대대적인 교육 사업을 진행했지만, 막상 세수 부족으로 각 교육청이 자금 조달에 시달렸던 사례가 반복되면서 연동제까지 폐지되면 재정 확보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5년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과 2024년 늘봄(초 1,2 무상돌봄)이다.

기획처는 2012년 내국세가 연평균 8.2%씩 안정적으로 늘어나 2015년 교부금 규모는 49조4000억원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누리과정 비용을 2013~2014년에는 일부, 2015년에는 전액을 교육교부금에서 사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2015년 막상 세수가 예상보다 적게 걷히면서 교육교부금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이나 적은 39조4000억원이 됐다. 각 교육청이 부족한 자금을 채권발행을 통해 메우면서 2015년 지방채 채무잔액은 10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조9000억원이 뛰었다. 학령인구가 몰려있는 서울시교육청의 당시 채무는 1조1800억원, 경기도교육청은 2조7700억원에 달한다. 결국 누리과정 사태는 국비를 일부 지원하면서 일단락 지어졌다.

이후 2022년에는 수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예상보다 세수가 많이 걷히면서 시도 교육청들은 기금으로 20조4000억원을 쌓았다.

그러자 2023년 기획처는 '사상 처음으로 국세 수입이 4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며 또다시 낙관했지만 실제로는 전망치 대비 56조4000억원이 덜 걷히는 전무후무한 세수결손이 일어나면서 교육교부금도 타격을 입었다. 당해 교육교부금은 전년 대비 10조6000억원이 줄어든 65조4000억원이었다.

문제는 정부가 기획처의 전망을 믿고 전국 초등학교 1학년에게 무상돌봄을 제공하는 늘봄을 2024년부터 시행했다는 점이다. 2025년에는 늘봄 대상자가 초등학교 2학년까지 늘어났다. 각 교육청은 부족한 비용을 기금에서 헐어쓰면서 기금 잔액은 현재 2조9000억원으로 급격히 쪼그라든 상태다.

교육부, 기금형 관리 제안..."현금성 사업은 제한"
최저임금 및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 추이/그래픽=이지혜

교육계는 연동제마저 폐지되면 정권 교체에 따라 교육예산이 들쑥날쑥 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3년간 실질적인 교육비 평균 사용액은 75조원이다. 최저임금이 2022년 9160원에서 올해 1만320원으로 12.6% 늘었고, 9급 공무원 1호봉 월급은 26.5%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비가 과도하게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교육부는 매년 인건비만 2조5000억원 가량이 추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연동제는 유지하되, 반도체 호황으로 교육교부금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쌓이게 된다면 기획처와 논의해 기금형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내년 교육교부금이 반도체 호황으로 100조원이 들어오게 된다면 기획처와 합리적인 산식을 구성해 일부만 교육청에 배부하고, 나머지는 기금으로 쌓아 정부 정책에 따라 영유아 또는 고등교육에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교육은 10년 이상의 중장기 사업인데 당장의 호황을 믿고 재정체계를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는 시도교육청이 선심성 현금성 지원 사업에 나선다고 지적하지만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교육청은 교복 현물을 지원하지 않는 대신 입학 축하로 초등학생에겐 20만원, 중고등학생에게는 30만원의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하는데, 통계적으로는 모두 현금성 지원사업으로 집계된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교복을 현물로 지원하지만 '교복 대신 체육복 2벌' 같은 자유도가 낮아 오히려 바우처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복 등 현물 지원이나 현장체험학습비 등 학교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제외하고, 사회·경제적인 여건과 무관하게 학생·학부모에 보편적으로 현금 또는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3단체도 교육재정을 축소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개토론회 직전인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초·중등교육 재정의 안정적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전교조 측은 "학생 수 감소를 명분으로 교육교부금 축소 논의가 추진되면 기초학력·특수교육·안전 등 공교육의 기본 기반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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