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심 뿜뿜" 한기대에 놀란 대통령…유길상 총장에게 이유 들어보니

권현수 기자, 이민호 기자
2026.08.04 09:00

유길상 총장 "구성원의 꿈과 학생의 가능성 깨울 때 진정한 성과 따라와"
"전 교육과정에 AI 장착…취업 1위 자부심 넘어 대한민국 미래 이끌 최고 인재 키운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사진=이민호기자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 등 위기 속에서 역대 최고 입시 경쟁률을 경신하고, 전국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를 달성한 대학이 있다. 바로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대학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이하 한기대)다.

2023년 6월 취임한 유길상 총장은 '학생 감동 대학'이라는 비전 아래 교육 혁신을 이끈다. 1990년대 초반 국가 고용정책의 근간인 '고용보험'을 창안하고, 실업급여 제도를 주도적으로 설계했던 그가 이제는 대학 현장에서 청년들의 일자리와 미래를 개척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유 총장 4일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좋은 대학을 넘어 위대한 대학으로 가기 위해서는 입학 당시의 성적보다 졸업할 때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한기대에서의 학창 시절이 학생들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시키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미래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 총장의 남다른 대학 사랑은 이미 정부와 대중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말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유 총장이 한기대의 수시 경쟁률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이 "총장님 자부심이 '뿜뿜'이신 것 같네요"라며 화답했다. 이 장면이 담긴 유튜브 숏폼 영상은 조회수 350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유 총장은 또 지난달 초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충청권 대학 중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이 자리에서 "공학교육 혁신과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선도하는 국책대학으로서 산업현장이 원하는 최고의 인재를 키우고 재직자의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혀 호응을 얻기도 했다.

"통제가 아닌 가능성을 여는 리더십"... 'CDO' 자처한 총장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 총장./사진=이민호기자

유 총장이 대학 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CDO(Chief Dream Officer·최고꿈경영자) 리더십'이다. 구성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들의 잠재된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을 이끄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할이라는 철학이다.

그는 최근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DREAM 리더십'을 강조했다. 구성원이 꿈(Dream)을 꾸고, 서로 존중(Respect)하며, 자발적으로 참여 및 몰입(Engagement)하여 성장(Advancement)을 이루고, 일의 의미(Meaning)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총장은 "아무리 훌륭한 대학이라도 직원과 교수가 지쳐있으면 학생을 성장시킬 수 없다"며 "구성원 스스로 일의 의미를 찾고 몰입할 때,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업률 1위 탈환 비결... "이론·실습 5대5, 현장이 원하는 인재 키운다"

한기대는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통계조사'에서 82.8%의 취업률로 전국 4년제 대학 1위를 차지했다. 전국 일반대학 중 취업률 80%를 넘긴 곳은 한기대가 유일했다. 대기업(23.5%), 중견기업(16.1%), 공공기관 등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 취업 비율이 전체의 49.1%에 달할 정도로 취업의 질도 우수하다.

배경에는 '실천공학교육모델'이 있다. 설립 초기부터 이론과 실험·실습의 비율을 50대 50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산업 현장 경험이 3년 이상인 전문가만 교수로 임용하고, 3년마다 '교수 현장 학기제'를 운영해 기술 동향을 파악하도록 한다.

특히 국내 대학 최초로 도입한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IPP) 제도는 실무 역량 강화의 일등 공신이다. 국내 장기현장실습생의 3분의 1이 한기대 학생일 정도로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며, 3~4학년 학생들이 전공과 관련된 산업 현장에서 4~10개월간 장기 실습을 진행한다. 2024년 졸업생 중 참여자의 취업률은 88.0%로 미참여자(77.1%)보다 월등히 높았다. 유 총장은 "산업 수요에 맞춰 2년마다 교육과정을 혁신하고 있다"며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한기대 졸업생을 '경력 같은 신입'이라 평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전 교육과정에 AI 장착"…반도체 학제 개편으로 첨단 융합 인재 키운다

한기대는 AI 시대와 첨단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 패러다임 전환과 학제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국내 대학 최초로 AI 기반 학생 맞춤형 학습·성장 지원 플랫폼인 'K-LXP'를 개발해 올해 1학기부터 도입했다. 학생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학습을 추천받고, 생성형 AI 챗봇을 무료로 활용해 주도적인 학습을 진행한다.

모든 신입생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고, 2026학년도부터는 AI·소프트웨어전공 및 AI정보통신공학전공을 신설해 100명의 신입생을 선발했다. 유 총장은 "단순히 AI 기술을 배우는 것을 넘어, AI와 인간 교수가 협업하는 강의 모델의 탁월한 학업 성과를 실제 데이터로 입증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AI 기반 교육 혁신을 전면 확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학제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6학년도 입시부터 기존 10개였던 모집단위를 18개로 확대해 학생 전공 선택권을 강화했다. 내년 3월부터는 기존 학부 단위의 획일적인 장벽을 허물고 3~4개 학부가 연계하는 '반도체 융합전공'을 융합학부 내에 신설해 최소 단위 융합 트랙 중심의 유연한 학사 구조로 개편한다.

충남형 계약학과인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를 신설해 입학과 동시에 취업이 확정되는 현장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현재 826㎡ 규모로 운영 중인 클린룸(CLASS 1000) 인프라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UC어바인)과의 글로벌 교류 프로그램이 이러한 반도체 특화 학제 개편과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인재상에 대해 설명 중인 유 총장./사진=이민호기자

"입학이 자랑스러운 '학생 감동 대학' 구현할 것"

한기대는 학령인구 위기 속에서도 2026학년도 수시모집 신입생 경쟁률 11.24대 1을 기록, 비수도권 대학 중 2위를 차지했다. 수험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모집단위를 확대하고, 적극적인 입시 홍보를 펼친 결과다.

유 총장은 취임 후 '학생이 묻고 총장이 답하다' 간담회를 정례화하고, 국토대장정에 동참하는 등 학생들과 소통을 늘리고 있다. 기숙사 역시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선후배 또래 상담과 멘토링이 이루어지는 '정서문화 기반 공동체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유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대학 구성원과 청년들에게 늘 강조하는 삶의 태도인 3찰(관찰, 성찰, 통찰)을 언급했다. "세상의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배우고, 이를 깊이 있게 생각하는 성찰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나아가 세계와 거대한 시대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내다보는 통찰력을 길러 그 방향성에 맞춰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성찰을 생활화할 때 개인의 성공과 행복은 물론, 긍정적인 에너지가 조직 전체로 확산하며 어떤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회복 탄력성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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