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부당한 지시와 괴롭힘 등 각종 비위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소방청이 지휘관 시·도 간 인사교류를 확대하고 중앙 감찰을 강화하는 등 조직문화 쇄신에 나선다.
내년부터 소방정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시·도 간 인사교류를 활성화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찰과 전국 단위 익명 제보 시스템을 도입해 폐쇄적 조직문화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소방청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방 조직문화 쇄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실시한 조직문화 진단 결과를 토대로 마련됐다. 소방청은 지난해 10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이 사망한 사건 이후 조직 쇄신에 나서고 있다.
조사 결과 부조리를 겪고도 '아무 말 못 했다'는 응답은 70% 안팎이었지만 공식 채널을 이용한 비율은 0.8~3.3%에 그쳤다. 제보자 익명성에 대한 신뢰도도 7점 만점에 3.99점으로 가장 낮았다. 소방청은 이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신분 노출 우려와 제도 불신이 만든 '구조적 침묵'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온정주의 차단 △성역 없는 독립·전문 감찰 △신고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상호 존중 문화와 지속적인 조직관리 등 4대 전략, 10개 추진 과제를 추진한다.
우선 지역 연고와 서열 중심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휘관 시·도 간 인사교류를 확대한다. 현재도 시·도 간 전보와 파견은 가능하지만 실제 인사교류는 활발하지 않았고, 소방정 이상 지휘관의 시·도 간 교류 사례도 사실상 없었다고 소방청은 설명했다.
이에 소방청은 소방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소방청과 시·도 간, 시·도 상호 간 전보·파견을 활성화하고, 비위로 징계를 받는 등 특별한 사안에는 소방청장이 다른 시·도로 전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윤강열 소방청 운영지원과장은 "지휘관 인사교류 대상은 소방정 이상 계급"이라며 "연말까지 하위법령을 개정한 뒤 내년 초 정기적으로 인사교류 신청을 받아 인력풀을 구성하고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사교류 대상은 소방정 394명과 소방준감 18명 등 약 410명이다.
소방청은 또 소방준감 승진 후보자를 대상으로 고위공무원단 역량평가를 도입한다. 관리자 교육기간을 기존 24주에서 6개월로 확대하고 전략적 사고와 성과관리, 의사소통·이해관계 조정 등 관계 역량을 평가해 승진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경기·부산을 제외한 13개 시·도에도 소방준감 승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도 추천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 선발 체계도 운영한다.
감찰의 독립성과 전문성도 강화한다. 특별감찰단을 구성해 권역별 교차감찰을 실시하고, 변호사를 감찰부서에 배치해 법률 검토 기능을 보강한다. 소방령 이상 비위나 갑질·성 비위 등 중대한 사건은 소방청이 직접 감찰하며, 노무사·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도 감찰 조사에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감찰처분심의회는 피해자가 요청하면 외부기관 조사 여부를 결정하고, 성 비위 사건 심의에는 여성위원 참여를 의무화한다. 소방청 감찰관도 시·도 징계양정 심의에 참여해 지역별 편차를 줄이고, 부조리를 방조한 관리자에게도 책임을 묻는다.
신고자 보호를 위해서는 모든 시·도 소방본부가 자체 익명 제보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고, 독립 조사 공간 마련과 참고인 보안서약 의무화, 단계별 2차 피해 방지 매뉴얼 배포 등을 추진한다. 신고를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도 전면 차단한다.
이와 함께 성희롱·성폭력 예방 지침을 전면 개정하고 감찰관 전문 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조직문화 진단도 연 1회 정례화해 개선이 미흡한 시·도에는 예방감찰을 실시하는 등 후속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용철 소방청장은 "이번 대책은 부조리를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구조의 문제로 보고 마련했다"며 "구성원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고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조직문화 쇄신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