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화재 현장에서 건물 구조와 인화성 물질, 요구조자 유무 등 주요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는 소방대원을 투입하지 않도록 현장 대응체계를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구조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 지휘관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겠다는 취지다.
윤 장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나 최근 소방 현장 대응과 관련해 "지휘권을 선언하고 상황을 파악할 때 무엇을 파악할 것인지 보완하라고 했다"며 "이걸 다 파악하기 전에는 투입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현장 지휘관이 화재 진압·구조 인력을 투입하기 전 확인해야 할 사항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구체화할 것을 소방청에 주문했다.
그는 "현장을 파악하려고 하면 정부가 지휘관에게 다 제공돼야 한다"며 "건물 구조는 어떻고, 자재는 어떻고, 적치물이나 인화성 물질이 있는지 없는지, 요구조자가 있는지 없는지 이런 것들을 다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인해야 할 리스트, 체크리스트가 제대로 안 갖춰져 있던 것은 아닌가"라며 "체크리스트를 놓고 확인한 뒤 전략을 세워서 투입을 결정하도록 보완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시는 화재 현장에서 구조·진압에 나서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윤 장관은 앞서 전남 완도에서 소방관 2명이 희생된 사고 이후에도 소방청에 현장 인력 투입 기준을 담은 SOP(표준작전절차)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런 식의 주먹구구식 현장 투입을 어떻게 막을지 계획과 작전 매뉴얼, SOP를 짜서 오라고 특별 지시를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이후 신임 소방청장으로부터 관련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현장에 전파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화재와 구조 현장의 긴박성을 고려할 때 체크리스트 확인 절차가 오히려 구조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윤 장관은 구조 대상자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함께 소방관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관은 국민의 생명을 살려야 하는 사람인데 소방관이 먼저 희생되면 구조 자체를 못하는 것 아니냐"며 "구조도 중요하지만 구조자의 안전도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소방 현장의 안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원 확충 필요성도 언급했다.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 부족분이 약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을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재정 분권 논의 과정에서 안정적인 소방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담뱃세 일몰분 일부를 소방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담뱃세 일몰분을 지방 주거복지 재원으로 전환해 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윤 장관은 "그 부분을 수정하는 데 대해서는 조금 곤란한 상황"이라면서도 "끝까지 그걸 전환하는 데 소방으로도 사용해야겠다고 말씀하시면 그 부분을 좀 나눠서 활용하는 방법도 검토는 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 비해 내년도 소방안전교부세 부족분이 3000억원 정도가 되는데, 담뱃세 일몰분은 1조5000억원 정도"라며 "5대5로 갈라서 사용해도 소방안전교부세 부족분의 2배 이상, 2.5배 정도 충당이 되는 것이라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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