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법 개정과 함께 국회법이 개정되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시정통보권이 시정요구권으로 강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개정 국회법을 둘러싸고 정파 간에 위헌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한 경우 정부가 '이에 따라야 하느냐' 여부, 즉 ‘강제성’ 여부가 자리잡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회의 시정 요구에 강제성이 있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견해와 강제성은 없으므로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는 했으나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대립되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도 국회가 결산심사나 국정감사 또는 국정조사를 실시한 후 정부에 시정 요구를 한 경우 정부나 해당기관은 '시정요구를 받은 사항을 지체없이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누구도 정부가 국회의 시정요구에 그대로 따라야 한다, 즉 강제성이 있다고 해석한 일이 없다. 물론 정부가 국회의 시정 요구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회와 정부 간 또는 정부 내 기관 간에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에 어떤 요구를 했을 때 요구를 받은 기관이 그 요구를 의무적으로, 강제적으로 수용해야 하느냐, 즉 그 요구에 따라야 하느냐 여부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므로 법문에 명문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594개의 현행 법률 가운데 659개 법률, 1337건의 조문에서 강제성 여부를 법문으로 분명히 하고 있다.
예를 들면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 제10조(파견의 종료 요구)에서는 국회의 파견 종료 요구에 대해 정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원전비리 방지를 위한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 제20조(운영계획의 수립)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원자력발전공공기관이 제출한 운영계획이 이 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는 데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기관의 장에게 운영계획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행정규제기본법' 제6조(규제의 등록 및 공표)에서는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규제를 폐지하는 법령 등의 정비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여야 하며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직선거법, 국가공무원법 등 659개의 법률에서 국회와 정부 간, 또는 정부 내 기관 간에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에 어떤 요구를 했을 때 요구를 받은 기관이 그 요구를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강제성을 법문으로 명백히 하고 있다.
개정 국회법은 국회가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불합치하는 경우 이에 대한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이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정 통보권’을 ‘시정 요구권’으로 개정한 것을 두고 시정 요구의 강제성을 도입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개정 국회법이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강제하고자 의도했다면, 처리하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규정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에 '따르도록' 분명히 규정했을 것이다. 즉 개정 국회법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가 강제성을 갖기 위해서는 조문 개정을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어야 했다.
법문에서 명시적으로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따라야 한다, 그러니 강제성이 있다', '따르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강제성이 없다'는 논란을 하고 갈등을 하는 것은 실로 공허한 논쟁이라 아니할 수 없다. 법률이 '따라야 한다'라고 규정하지 않았음에도 굳이 '따라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도를 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요 견강부회(牽强附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