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 대책으로 여야가 지난해 12월 합의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공중분해'됐다. 서민특위가 30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로 주고받기식으로 만들어낸 서민주거 대책은 결국 '또 다른 거래' 실패의 유탄을 맞아 허사가 됐다.
시작은 부동산3법이었다. 정부 여당이 요구한 분양가상한제 폐지(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조합 1인 1가구제 폐지(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은 19대 전반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복병'이었다. 야당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3법 처리 불가 입장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고, 여당 또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이 법안 처리 없이는 야당이 원하는 법안 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여론은 여야에게 모두 불리하게 돌아갔다. 여당은 법안처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집권당, 야당은 정부 정책 발목이나 잡는 패거리로 인식됐다. 2년동안 국토위 주요 법안 처리 지연이 계속됐다. 여야 모두 부담스러웠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3법을 털고 가자는 의견이 나온 것은 의외로 야당 쪽이었다.
긴 논의 끝에 분양가상한제는 국토부의 심의를 거쳐서 일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은 5년 연기하는 것으로, 1인1가구제 폐지는 3가구까지만 허용하는 것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야당 입장에서 정부 여당, 그리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학수고대하는 법안을 대가 없이 내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3법 처리와 함께 구색을 맞출 수 있는 야당의 성과가 필요했다. 야당 내부 일부 강경한 의원들의 반발도 부담스러웠다.
지난해 12월, 길게는 6년, 짧게는 2년을 끌었던 부동산3법은 그렇게 처리됐다. 야당은 그 대가로 서민주거특별위원회 설치를 얻어냈다. 서민특위는 6개월동안 운영하며 서민주거정책 대안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 특위에서는 여야가 부동산3법을 처리하면서 함께 동의한 전월세전환율 인하, 지자체별 세입자-집주인 간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임대차보호법과 이미경 새정치연합 의원의 발의합 주거기본법 제정안을 처리키로 했다.
지난 1월부터 가동된 서민특위는 6개월동안 5번의 회의를 했고, 1번의 공청회, 2번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해외 선진 임대보호법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그러나 정작 여야가 약속한 법안처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주거기본법이 지난 5월 처리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나머지는 임대차보호법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서민주거특위가 야당이 지난 4년간 줄곧 주장해왔던 계약갱신청구제 (전세기간 연장)과 전월세상한제 (전세 인상률 법적 제한)에 더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방대한 대책 논의가 주를 이루다 보니, 실제로 합의해 처리해야 할 법안 시기를 놓쳤다.
서민특위가 허송세월하는 동안 여당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여당 출석 의원은 1~2명에 그쳤고, 간사인 김성태 의원만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논의가 진전될 리 만무했다. 결국 서민특위 위원들은 결국 특위 운영 연장의 의결했다. 여야는 연기된 기간 안에 부동산 3법 합의 법안 등을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지지부진했던 서민특위의 존재감은 이때부터 다시 발휘된다. 여당이 상반기 내 처리해야 할 법안이 나타나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3법 처리 이후 부동산 건설업 활성화와 중산층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인 '뉴스테이 정책'을 내놨다. 이 정책을 위해선 민간 건설업자가 임대주택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반영한 임대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필요했다.
여당은 서민주거특위 연장과 뉴스테이 처리를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야당은 뉴스테이법 처리와 서민특위 연장을 맞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토위 야당 관계자는 "뉴스테이법은 과도한 기업 혜택 측면이 있다"며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뉴스테이법 처리를 해주자는 일부 의견들도 있지만, 서민주거특위만을 받고 여당 요구를 받아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의 정황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으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25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뉴스테이를 야당에서 처리해주지 않는다면 서민특위 연장은 어렵다"고 못박았다. 여야 지도부는 의원들의 의결만 받으면 되는 특위연장건을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서민특위에서 처리키로 했던 임대차보호법도 공중분해 됐다.
서민주거특위 야당 관계자들은 이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토위 한 관계자는 "서민주거는 야당의 아젠다이고, 법안처리를 통해 야당의 성과를 얼마든지 낼 수 있는데 뉴스테이와 연결지어 포기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자평했다.
여당 관계자들도 아쉬워했다.지역구 현안이 걸려 있는 임대주택 정책을 심도있게 다룰 수 있는 특위를 아무 성과없이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특위 위원 중 몇몇은 다음달 1일 서민특위를 다시 구성할 것을 제안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민특위가 다시 구성되더라도 앞날은 밝지 않다. 특위 탄생의 배경에는 '성사된 거래'가, 종료의 배경에는 '실패한 거래'가 있었다. '거래'에 따라 좌우되는 법안처리 관행이 지속되는 한 특위가 독자적으로 제구실 하기는 어려워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