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현재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연구목적기관'으로 새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대상 제외가 숙원사업인 과학기술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 공공기관으로 분류하되 출연연의 특수성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종류를 지금보다 세분할 경우 관리·감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재정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이날 병합심사 대상으로 소위에서 논의된 공운법 중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은 민병주·이명수(이상 새누리당)이상민·유성엽(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4건이다. 모두 출연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 연구개발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한다는 취지다.
민병주 의원은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및 연구회를 공공기관 지정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상민 의원은 출연연 뿐 아니라 기초과학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까지, 이명수 의원은 외연을 더 넓혀 모든 출연연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까지 공공기관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성엽 의원의 법은 출연연을 현행 공공기관 분류와 별도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기관에 한해 기능조정, 민영화 등의 사안이 있을 때 소관 감독관청의 의견을 우선반영하는 등 일정 부분의 자율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을 검토한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출연연의 공공기관 지정은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환민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은 "출연연은 출연금 등 정부의 재정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강하게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단 연구기관으로서 특수성은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실은 유 의원의 입법취지를 살려 '연구목적기관'을 별도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수정의견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가장 큰 오해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경영평가를 받고 성과급도 차등지급받는 등 규제가 심하다는 것"이라며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도 안받고 성과급도 아무 차등이 없다. 공운법상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건 경영공시, 고객만족도 조사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목적기관으로 별도분리를 하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 나머지 150~160개 기관들도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며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 재정소위 여야위원들은 수석전문위원의 의견에 대체로 공감을 보였다.
김현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일반업무가 아니고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터무니없는 규제에 노출되서 연구를 할 수 없어선 안된다"며 "탄력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도 "출연연 정도는 별도로 분류해서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며 "출연연이 경영평가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미 경영평가를 안받고 있다면 분류만 달리하는 게 큰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계는 출연연이 인력운용, 예산집행, 경영평가 등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에서 관리되는 현행법이 연구개발 업무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석·박사 중심의 고급인력이 중심인 출연연에 인건비 삭감, 신규인력 증원 억제 등의 정책이 동일하게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예산조기집행 등 예산편성지침을 준용하다보면 연구의 지속성도 훼손된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