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정치다'…불붙는 여·야 싱크탱크 전쟁
'정당브레인' 격인 당 싱크탱크들이 내년 총선 전략과 정책을 놓고 밑그림 그리기에 돌입했다. 총선 승리는 곧바로 정권 창출의 교두보로 이어지는 만큼, '정당브레인'들의 정책 경쟁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과거 여·야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여연)과 민주정책연구원(민연)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이사장이 당 대표다 보니 독립성이 부족했고 정책보다 정치 이슈가 관심 받는 정치 문화 탓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새누리당이 중량급 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를 여의도 연구소 사령탑으로 영입하고, 민병두 의원이 지휘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연이 눈에 띄는 정책대안들을 내놓으면서 주목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여연, '이례적' 경제학자 영입…정책품질 향상
여연은 지난 6월 보수 경제학자인 김종석 홍익대 교수를 수장으로 전격 배치했다. 정치인 출신이 여연원장을 맡던 관례를 깬 이례적 인사였다.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정책품질 향상'을 노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김종석호'는 맞춤형 복지, 선(先) 빈곤해소, 법인세 유지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 경제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개혁보수가 주춤하는 사이 정통 보수를 걷는 강한 박근혜 정부·김 대표와 발 맞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고소득 선진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선 격차 해소보다 빈곤 해소가 우선이다. 세금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률 증가를 통한 소득 증대이며 법인세 인상은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소수로부터 걷어 다수에게 나눠주는 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계층 갈등을 야기한다"고 자신의 경제 철학을 설명했다.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여연은 국정 현안과 총선 정책을 동시에 챙길 계획이다. 우선 여연은 하반기 국정 과제인 노동개혁에 대해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김 원장은 김 대표가 주 3회 주관하는 당 회의에 참석하고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노동 개혁 의제를 협의하고 있다.
여연은 또 정책수요 조사를 시작으로 총선용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여연의 강점인 여론조사 기능을 바탕으로 연령·성·지역에 따라 정책수요를 파악해 공약으로 빚을 방침이다. 여연은 '올드'한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김 대표의 '로봇연기'로 화제가 된 '정치참여 애플리케이션(앱) 명칭 공모전' 홍보 동영상이 여연 작품이다.
◇'환골탈태' 민연…성장담론 주력
민연은 상대적으로 총선 채비가 빨랐다. 민연은 지난해 8월 야당 내 대표적인 '전략통' 민병두 의원을 원장으로 배치한 뒤 환골탈태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민 원장은 취임 후 진보개혁 진영이 취약했던 성장담론으로 관심영역을 확장했다. 분배에 치중했던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도층 지지를 획득하기 위한 '중원 확보 전략'이다.
민연은 '2017년 위원회(가칭)'를 출범시키고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 지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주도 및 공정 성장, 경제생태계 변화, 일자리 복지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을 오는 9월부터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정권심판론 대신 야당판 '국가 장기 비전'으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더300과의 인터뷰에서 "2030 세대의 이반과 5060세대의 불안이 심하다. 다음 선거 화두는 복지와 고용, 분배가 될 것인데 복지라는 재분배는 한계가 있어 분배 문제를 개정해야 한다"며 "성장을 기본으로 깔고 소득주도 성장과 산업 생태계 변화가 필요하다. 또 창업이나 중소기업 직판 같은 새로운 구조에서 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예로 들면, 기존에는 최저임금과 고용 안정 관점에서만 '아르바이트 일자리' 문제를 접근했다면 앞으로는 대기업이나 산업정책을 두루 살펴 풀겠다는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활동을 보면 민연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민연은 올해 초 통신비·맥주·차 수리 시장의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경쟁촉진 3법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대기업 연구소 초청 강연회를 연달아 가졌다. 야당이 소홀했던 의제인 '경쟁'과 '대기업'에 손을 내민 것. 새누리당과 정의당이 부러워한 정책엑스포 개최도 민 원장 아이디어였다.
"'십시일반 복지'가 우리 전통의 가치"-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종석 신임 여의도연구원장은 자신에게 새누리당의 정책 총괄을 맡긴 김무성 대표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김 대표는 지난 해 7월 당 대표로 당선되기 전 TV 토론에서 활약한 김 원장을 눈여겨본 뒤 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수장으로 점찍었다.
당 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는 김 원장을 영입하려 했으나 당시 홍익대 경영대학원장을 맡은 지 얼마 안된 김 원장은 자리를 고사했다. 이후 계파 갈등 대상으로 많은 부침을 겪었던 연구원장직은 지난 6월 공석 15개월 만에 김 원장에게 다시 돌아왔다. 정치인이 연구원장 직을 말던 관행도 깨졌다. 김 대표에게 비정치인인 자신을 택한 이유를 묻자 "정책품질을 높여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가진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심시일반 복지'를 화두로 꺼냈다.
"다수가 십시일반으로 모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게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공동체 정신에 맞다고 본다"며 "소수로부터 걷어 다수에게 나눠주는 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계층 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십시일반 복지'는 유럽형도 미국형도 아닌 우리 전통의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고소득 선진국이 아니기 때문에 격차 해소보다는 빈곤 해소가 우선이다"이라며 "면세점이 높아져 세금을 납부하는 숫자가 줄고 있는데 보편적 복지를 하려면 보편적 납세도 같이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법인세 인상에 대해선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세수가 늘어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세수 증대 방안 중 어떤 것이 국민 부담을 적게 하느냐다"라고 말했다. 재작년 경기회복 때문에 올해 상반기 법인세가 확 늘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그는 "세금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장률을 높여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며 법인세 인상 목소리에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전통 보수와 신보수가 조세·복지 정책을 두고 겪는 갈등에 대해선 "노선 대립이라기보다는 똑같은 곳을 보고 있다"며 "어떻게 달성하느냐의 문제는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정책의 영역이지 노선이나 정치의 영역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원장이 내정되자 한때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김 원장이 '경제민주화'를 부정한다며 인선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나와 있는 헌법가치인데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에는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게 있고 포퓰리즘으로 흘러 국가 경제를 저해하는 게 있기 때문에 디테일에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경실모를 주도하는 김세연 의원과 따로 만나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오해를 풀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기업의 변화를 모두 요구했다.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기업은 국내 시장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우리 경제의 중요한 부분이고 대다수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대기업이 잘돼야 하는데 그들 스스로 자신에게 도움되지 않는 행태를 보인 적이 과거에 있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최우량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단련해야 하는데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경영권 승계에 역량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는 또 "대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고 대기업 스스로도 국내 시장에 안주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정국 최대 현안인 노동 개편, 이른바 '노동개혁'은 7부 능선은 넘었지만 정상을 앞두고 '깔딱고개'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100점을 추구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대표와 당 지도부에게 논리적, 이론적 근거를 만들어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원장은 "역대 원장들의 반만 쫓아가도 좋겠다. 훌륭한 분들이 다녀간 자린데 비정치인이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급적 정치적이지 않고 정책 전문가로서 새누리당의 정책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러면 제 임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갈 때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연 vs 민연…여·야'싱크탱크' 화력 비교
정당 정책연구소의 핵심 임무는 정책 개발이다. 정당정치의 선진화, 정책정당, 책임정당을 구현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정책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정당이 인물이나 파벌, 지역중심 조직으로 정쟁에 매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책 정당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고,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의 정책연구소 운영이 법제화됐다. 정치자금법도 함께 개정돼 정당 국고보조금의 30%를 의무적으로 할당하게 함으로서 정책연구소가 정책정당의 '본산'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우리나리의 첫 정당 정책연구소는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원이다. 정당법이 개정되기 전인 1995년 설립돼 올해가 정확히 20년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정책연구원은 2008년, 정의당은 2012년에 각각 개원했다.
인력 규모나 예산 등에서도 여의도연구원이 가장 앞서 있다. 주된 재원인 정당 국고보조금 자체가 의석수에 연동돼 원내 1당으로서 이점이 크다.
지난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간한 '2014년도 정책연구소 연간 활동실적 분석집'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은 박사급 19명, 석사급 19명, 기타 41명으로 총 79명의 연구원을 보유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박사급 11명, 석사급 12명, 기타 33명으로 총 56명이다. 진보정의연구소는 총 12명의 연구원 가운데 박사급이 2명, 석사급 5명, 기타 5명이다.
지난해 세 연구소가 지출한 총액은 159억원으로, 여의도연구원이 98억40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민주정책연구원 54억6000만 원, 진보정책연구소는 6억 원 순이다. 총 지출액 중 정책개발비 비중은 여의도연구원이 84%, 민주정책연구원 59%, 진보정의연구소 62%였다. 재원은 세 곳 다 국고보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입 총액 중 정부의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의도연구원 92%, 민주정책연구원 78%, 진보정의연구소 88%였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가에서 지급하는 정당 국고보조금은 중앙당에 50%, 정책연구소에 30%, 시도당에 10%, 여성정치발전용 예산 10%로 나눠 지급된다.
지난해 활동 실적은 여의도연구원이 410건, 민주정책연구원 303건, 진보정의연구소가 244건이었다. 민주정책연구원과 진보정의연구소는 정책 연구 개발 활동 실적이 각각 50%와 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여의도연구원은 정책 홍보가 31%로 가장 높고 자료 발간이 23%, 정책 개발 21%, 토론회 등 개최 19% 순이었다.
여론조사도 정당연구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정책 수요 파악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주요 선거 때 민심 파악, 당 후보 결정을 위한 기초데이타 제공 목적으로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는 신뢰도가 높은 걸로 명성이 나 있다.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 등 당권파와 친박(친 박근혜)계가 한동안 신경전을 펼쳤던 것도 총선 후보 결정과정에서 여의도연구원의 영향력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야 '싱크탱크', 돈 어디다 썼나 들여다보니…
국회의 입법·정책 기능이 중요시되고 선거에서도 정당별 정책 공약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당연구소의 정책개발 역량의 중요성도 점점 중시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주요 정당들도 정당연구소를 중심으로 정책개발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선거와 직결되는 조사·분석 업무가 주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0~2014년 여의도연구원(새누리당)과 민주정책연구원(새정치민주연합), 진보정의연구소(정의당) 세 곳의 총 지출액 중 정책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수치 상으로는 크게 늘어났다.
여의도연구원이 14%(2012년)까지 하락했던 정책개발비 비중을 2014년에는 84%까지 끌어올려 주목할만한 변화를 보였다. 민주정책연구원도 20~30% 정도에 머무르던 정책개발비 비중을 2014년에 59%로 늘렸다.
정당연구소의 정책개발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비용 증가라면 고무적인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회계 내역을 살펴보면 다소 실망스럽다. 연구진의 연봉과 퇴직금적립금 등 인건비를 정책개발비로 처리하면서 정책개발비 비중이 늘어나는 착시현상이다. 여기에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선거 관련 여론조사나 현안 조사 등이 늘어난 것도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은 정책개발비 중 전화요금이 1월 2700만원, 2월 9570만원, 3월 1억9000만원과 860만 원 등 매우 액수가 많고, 주요현안조사(각 600만원)나 현안조사(각 800만원) 등의 항목이 매우 많다.
실제 정당연구소들이 내놓은 실적을 살펴봐도 여의도연구원은 정책개발보다 정책홍보나 간행물 발간 등에 치우친다. 2014년 정책연구개발 건수가 81건으로 민주정책연구원(150건)은 물론 진보정의연구소(109건)보다도 적고 전체 실적 중 차지하는 비중도 21%로 다른 정당연구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정책 홍보가 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간행물 및 자료 발간 실적이 23% 등으로 비중이 높았다. 정책연구개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민주정책연구원(49.6%)와 진보정의연구소(44.7%) 또한 1개월 이상의 단기 과제가 각각 86%와 89%를 차지해 현안이나 돌발 이슈를 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의 장기적 전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한 과제를 수행하는 정당연구소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구개발 분야의 편향 문제, 이른바 '정책개발의 정치화 문제'도 지적된다. 여의도연구원의 경우 정치 행정 분야 28%, 외교 안보 분야 23%, 경제 민생 분야 17%, 사회 복지 19%, 교육 문화 11% 등 연구개발 영역이 비교적 골고루 분포하고 있는 반면 민주정책연구원은 46%가 정치와 행정 분야의 정책 연구였고 경제 민생이 22%, 사회 복지가 17%였다. 진보정치연구소는 정치 행정 분야가 66%로 한 분야에 치우친 정도가 크다.
서현진 한국정당학회 책임연구원은 "지나치게 한쪽 분야의 정책에만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정치와 사회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뿐 아니라 정당과 정당연구소 발전 차원에서도 개선되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당연구소들이 정책개발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개발비의 양적 증대만이 아니라 질적 향상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정당연구소 활동실적 공개를 보다 강화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평가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또한 연구진의 정책 실명제를 실시해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여가고 정당연구소 간 토론회 개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무엇보다 정당연구소가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정책연구와 개발에 나설 수 있는 토양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역 의원의 정당연구소 최고책임자 취임 금지와 외부 전문가 영입, 임기 보장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정당의 국고보조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문제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싱크탱크, 獨 민주교육 vs 美 정책제언
정당 싱크탱크 모델은 크게 독일식과 미국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독일의 정당 싱크탱크는 국가보조금을 받는 법정기구로 시민에 대한 민주주의 교육 기관으로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반면 미국의 경우 민간 독립형 싱크탱크로 의회나 행정부의 정책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국내의 정당 싱크탱크는 국가보조금을 받는 법정기구이지만 시민 교육보다 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측면이 더 강하다. 즉 제도적으로는 독일식에, 운영방식은 미국식에 보다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제4회 유권자의 날 기념 정책선거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독일과 미국의 정책연구소가 내재적으로 정파적 성격을 갖지만 전문 연구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공익성이 강하다"며 "정치권의 압력과 정치현안에서 자유롭고 민주주의의 지속적 발전과 안정을 도모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익적 교육기관, 獨 싱크탱크=우선 독일식 정당 싱크탱크들은 정당들이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연구재단이다. 정부가 이들 재단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정당이 3회 연속 연방의회에서 5% 이상의 의석을 얻으면 공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싱크탱크로는 기독교민주당(보수) 성향의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 사회민주당(진보) 성향의 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있다. 이외에도 한스 자이델 재단, 하인리히 뵐 재단, 로자 룩셈부르크 재단 등도 유력 싱크탱크로 꼽힌다.
독일의 싱크탱크들은 속한 정당의 정파적 이익을 크게 따지지 않고 공익적인 성격이 강하다. 재정적·조직적으로 독립되어 있으며 모 정당을 위해 직접적으로 선거운동 지원이나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민당 아데나워 재단의 핵심 활동은 정치교육을 통해 국민을 민주시민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 재단은 독일이 통일된 이후 구 동독 지역에 두 개의 중앙 교육기관을 설립해 구 동독 주민들에게 민주주의 원칙과 가치를 전파하기도 했다.
독일의 정당 싱크탱크는 이같이 시민에 대한 정치교육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교육 아카데미를 주요 도시별로 운영하며 의회 민주주의, 사회주의적 시장경제, 유럽통합과 같은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민주적 가치들을 정착시키고 시민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美 싱크탱크는 정책 네트워크=반면 미국의 정당 싱크탱크는 민간 정책 연구소 성격이 강하다. 비영리적인 정책 네트워크(policy network), 혹은 정책 공동체(policy community)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헤리티지재단(공화당), 브루킹스연구소(민주당)와 같은 유명 정당 싱크탱크들은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조직적, 재정적으로 정당과 전혀 연계돼 있지 않다. 독립적인 연구기관이고 학자들의 집단이다.
거버넌스, 경제, 외교 등의 주제를 연구하고 그 결과는 정당과 행정부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정책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그 정보가 정책이나 법률에 반영되는 형식이다.
미국에서 싱크탱크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헤리티지재단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 앞으로 '리더십을 위한 필수사항(Mandate for Leadership)'이라는 이름의 정책자료집을 보냈다. 레이건 정부는 이 자료집에 담긴 수천건에 달하는 보수 개혁 의제 중 60%를 정책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최근들어서는 싱크탱크가 보다 특정 정치인과 정파에 대해 밀접한 지원을 하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미국진보센터가 대표적이다. 2008년 오바마 행정부 정권인수위의 공약을 짜는 등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밀착해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