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위기의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타개하기 위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명운을 건 정면승부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번 회담 결과가 박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국정운영동력과 김 제1위원장의 체제 안정화 여부를 결정짓는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 모두 판문점 '평화의 집'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고위급 접촉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회담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이번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최근 도발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김 제1위원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 "확실한 사과·재발방지 없으면 확성기 방송 유지"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매번 반복돼 왔던 (북한의) 도발과 불안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북)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북한을 압박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의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전날 북한군이 휴전선 일대 포병전력을 2배 가량 증강하고 잠수함 전력의 70%에 이르는 50여척을 전개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음에도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 만큼은 반드시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확약을 받아내 '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남북간 군사적 위기를 수습하는 이번 회담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일 지가 집권후반기 국정운영동력을 좌우할 지지율과 내년 총선 결과의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제1위원장 역시 체제 유지에 치명적인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로 회담을 지휘하고 있다. 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5.24 조치 해제를 통한 금강산관광 재개 등 그동안 요구해 온 다른 의제들은 사실상 제쳐둔 채 대북 확성기 사용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주체없는 사과' 수용 못해
관건은 '사과'의 수위다. 박 대통령이 이날 '확실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것은 그동안 북한이 주로 활용해온 '주체가 불분명한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잠수함 동해안 침투사건, 제2연평해전 당시에도 주체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다.
문제는 북한이 이번 목함지뢰 매설과 선제 포격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대남 도발에 대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한 것은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뿐이다. 만약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이번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이는 남북관계 역사에 남을 성과가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사과' 문구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남북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의 한수'를 찾는 게 이번 협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