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한 이후 마련된 서울대병원 빈소에는 애도의 뜻을 밝히기 위해 여·야 정치인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회고만큼 내년 20대 총선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이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실감케했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는 '총선룰'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놓고 가벼운 언쟁을 벌였다. 최근 김 대표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벌인 선거구 획정 담판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권역별 비례제 도입이었다. 여당 입장에서는 사표가 최소화되는 권역별 비례제가 실시될 경우 국회 과반의석 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조문을 온 심상정 대표 등 정의당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럽이 권역별 비례제로 다 가고 있고, 우리도 거기로 가자는 주장인데 거긴(유럽은) 다당제"라며 국내와 해외 정치 지형의 차이로 권역별 비례제를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절충안으로 수용 의사를 내비친 '이병석안(50% 부분 권역별 비례제)'의 경우 "연동형이어서 어떤 형태든 (새누리당의) 과반수가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분적인 권역별 비례제도 받기 힘들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셈이다.
심 대표는 "그게 아니고 (새누리당이) 180석 얻으려는데 175석만 얻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이에 새누리당의 이재오 의원은 "누가 175석을 주나"라고 맞받아쳤다. 한치도 양보가 없는 '총선룰' 논쟁의 축소판이었다.
김 대표는 심 대표와 동석한 노회전 전 대표를 바라보며 "(다음 총선) 부산에 가신다 들었다"고 말하며 화제를 돌렸다. 이에 심 대표는 웃으며 "영도, 영도"라며 김 대표의 지역구를 언급하며 묘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조문을 온 새누리당 인사들은 향후 진행될 공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내년 총선에 나오려면 언제 (지자체장을) 그만둬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을 줘야한다. 대구에서 맨날 페널티가 얼마냐고 물어본다"고 말했고, 박민식 의원은 "컷오프를 안 한다고 밝히면 된다. 컷오프가 사실상 밀실공천의 다른말 아니냐"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근 친박(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TK(대구경북) 물갈이론'에 대해 "물갈이 물갈이 말하는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는 'TK 물갈이론'을 언급한 친박계 핵심 조원진 원내수석이 함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