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 서거 사흘째인 24일에도 정·재계를 비롯한 각계 인사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과거 YS와 대립관계에 있던 정계 인사들이 조문을 마다하지 않고 장례위원회 역시 '통합·화합형'으로 꾸려지며 김 전 대통령 유지인 '통합과 화합' 정신이 더욱 빛을 발했다.
정부는 이날 입법·사법·행정부의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사회 각계 대표, 유족 추천 인사 등을 포함한 2222명의 장례위 구성을 마쳤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립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고문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따르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장례 위원으로 다수 포함됐다.
김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사흘째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대국민 메시지인 통합과 화합에 따라 장례위원들을 모셨다"며 "문민정부 당시 참모들, 민주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동지들을 모두 포함해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를 총망라했다"고 장례위원 구성 취지를 설명했다.
민추협은 YS와 DJ가 1984년 전두환정권에 반대하며 민주화운동을 이끌기 위해 함께 만든 단체로, 두 사람이 1987년 대선 과정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갈라지기 전까지 민주화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척점에 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두 분도 통합과 화합 차원에서 모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정계 인사들의 조문에서도 '통합과 화합' 정신이 빛났다. 1990년 김 전 대통령이'3당 합당'을 선언하면서 노선을 달리 한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 데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탁월한 공을 세운 분이다"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 성숙했을 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빚을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3당 합당' 이후 이기택 총재 쪽에 섰던 이철 전 의원도 조문을 마친 뒤 "저희가 70·80년대에 YS, DJ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을 때 (두 분에게) 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는데 지나고 보니 과욕이었다"며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할 큰 인물이었다. 살아 생전에 잘 모시지 못한 애통함을 금할 수 없다"고 슬퍼했다.
전날에는 박근혜 대통령, 이희호 여사, 권노갑 새정치연합 의원, 이회창 전 총리 등 과거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라이벌이었거나 그 2세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기도 했다.
정치권 역시 '통합과 화합' 대열에 합류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28명은 이날 국회에 설치된 김 전 대통령 대표 분향소를 합동 조문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9월 창당 60주년 행사를 진행하며 당 대표실에 건 걸개그림에서 김 전 대통령을 삭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후까지 서울대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김덕룡 전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박주선 무소속 의원, 권순일 대법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경식 CJ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를 비롯해 4500명이다. 전날까지 포함하면 1만 7000명 이상의 조문객이 장례식장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