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좀…" 한푼 아쉬운데 '공짜' 외치는 국회

배소진 기자
2016.01.05 05:50

[the300][런치리포트-국유재산, 어디로 새나①]

새해를 맞아 정부가 '드론'까지 활용해 국유재산을 관리하겠다고 천명한 가운데 국회에선 여전히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구 표심을 고려한 의원들의 '생색내기'에, 국가재정을 늘려보려는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19대국회 들어 지금까지 국유재산 사용 등에 각종 특례를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의원발의 법안이 총 5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8건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나머지 44건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국유재산은 국가가 행정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소유하고 있는 일체의 재산을 뜻한다. 국유재산에는 공작물, 선박, 항공기, 기계, 유가증권, 특허권 등 무형재산까지 모두 포함되지만 좁은 의미에선 통상 토지와 건물 등 국가소유 부동산을 의미한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파악한 국유재산은 2014년도 기준 938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토지가 437조4692억원으로 46.6%를 차지한다.

이같은 국유재산을 지방자치단체나 각종 민간단체 등이 이용할 때는 사용료를 납부하도록 돼 있지만, 국유재산특례를 통해 사용료를 면제·감경받거나 무상으로 양도받는 길이 열려있다. 지역구나 특정 단체의 이익을 위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우후죽순 발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9일 기재위 경제재정법안심사소위원회는 7건의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의결했다.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사업을 위한 국유재산 무산양여를 요구하는 윤명희 의원의 법안을 비롯해 군인 밀집지역 국공립어린이집 시설(손인춘), 국방기술품질원(안규백), 대한노인회(김영록), 이북5도위원회(조명철) 등이 국유재산을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반영됐다.

권성동, 염동열 의원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조직위원회 및 대회관련시설 사업시행자와 동계올림픽 특별구역 입주기업 및 개발사업 시행자, 외국인투자기업 등에 대하여 국유재산의 사용료 등의 감면 및 양여와 장기 사용허가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다. 이 중 입주기업과 외국인투자기업만 제외하고 국유재산 무상활용이 허용됐다.

논의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인 동명의 법은 훨씬 많다.

2012년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체육회가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임대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2013년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 무주에 설립 추진 중인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을 위해 국유재산을 민간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임대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제한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재단이나 민간단체 설립을 전제로 국유재산 무상사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과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은 각각 지역구 내 부산과학기술원과 창원과학기술원 설립을 전제로 국유재산을 무상사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대구지역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국립대구과학관법인 등이 국유재산 특례 대상이 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배기운 의원은 남북농림수산협력재단, 송영근 의원은 국방전직지원교육원, 문정림 의원은 한국보건의료인가국가시험원, 정희수 의원은 국방전력지원체계연구소 등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과 함께 이들 단체가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특례제한법을 함께 대표발의했다.

이밖에 △직능단체연합회(유정복·이상직) △대안교육기관(김세연·김춘진) △한국장학재단(최경환) △행정복합중심도시 입주 대학, 연구기관, 국제기구 및 종합병원(강석호) △한국우주소년단(서상기) △지방대학(박혜자) 등에 국유재산 특례사용을 허가토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다수 계류 중이다.

의원들의 쏟아지는 요구에 난처한 건 기획재정부다. 기재부는 2011년에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을 제정, 해당 법안에 특례조항이 규정되지 않을 경우 다른 법에서 감면을 허용해도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그동안 169개 법률에서 195개에 달하는 특례가 난립됐던 것을 보완한 조치다. 또 2013년에는 국유재산 사용특례의 일몰기한을 최대 10년으로 설정, 불필요한 특례조항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현재 국유재산특례제한법에 규정된 각종 특례인정은 197건이다.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에 따른 정비는 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이 중 99개 규정은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용되지 않고 있다. 절반 이상이 불필요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송언석 기재부 제2차관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경제재정소위에서 "현재 법에 규정돼 있지만 적용안되는 게 있을 수 있고, 과거에는 타당성이 있었지만 이미 정책효과가 끝난 것들도 있을 수 있어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적으로 정부에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앞으로 신설되는 국유지 특례규정을 엄격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하는 등 추후 전면정비작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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