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형제복지원법'이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상황에 처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7월5일부터 1987년 6월30일까지 12년간 당시 '내무부훈령 410호'에 근거해 부산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무연고 시민 및 장애인들이 폭행·협박·감금·강제노역·성폭력 등에 의해 513명(형제복지원 공식기록)이 사망한 사건이다.
◇19대 국회서 '무산' 위기 처한 '형제복지원법'
7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6일) 형제복지원법(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심사를 위해 예정됐던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무산되면서 해당 법안이 폐기 위기에 몰려있다. 올해 총선일정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19대 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제정안은 지난 2014년 12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고 이날 안행위 법안소위에서 다른 43건의 무쟁점법안과 함께 심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여야 간사간 합의한 의사일정에 없던, 지자체 세무조사를 금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 심사를 요청하면서 여야간 이견이 생겼다. 결국 법안소위 자체가 무산됐다.
진 의원이 발한 형제복지원법은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사건의 진실 규명과 피해자 및 유족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상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국무총리 산하에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실지조사‧동행명령장 발부‧증거보전의 특례‧청문회 실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와 그 유족에 대한 보상금‧의료지원금‧생활지원금‧주거복지시설 등의 지원 및 기념관 건립 등도 담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국회 안행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형제복지원에서의 인권 침해와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여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동 사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동 법의 제정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한국판 홀로코스트…불법 감금·폭행,12년간 513명 사망
"양OO 씨=1986년 7월 소대장 임XX에게 규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우주복(손발을 묶은 옷)으로 씌운 후 구타, 질식사. 형제원에서 발간하는 잡지 '새마음'(1987년 1월호)에 있는 1986년 사망자 명단에 양씨는 없음." (1987년 신민당 조사보고서)
"그 사람(박OO, 직원)은 정신지체인 말고 멀쩡한 성인 여자들을 자기 사택에 데려가서 그렇게(성폭행) 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그땐 임신이 뭔지를 아예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배가 이렇게 있었다가 어느 날 홀쭉해져 있고 낙태 수술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계단에 굴리거나 때려서 낙태를 시킨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정주희·가명 진술, 1982년~1987년 수용)
신민당진상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와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당시 전국 최대의 부랑아 수용 시설이었다. 입소자들은 대부분 단순 다툼, 구걸, 음주 등을 이유로 파출소에 오거나 노숙, 시내 배회, 기차 대기 중 경찰의 일방적인 체포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원생들은 조원·조장·소대장·중대장 등의 군대식으로 편재돼 극단적인 행동제약·구타·체벌·성폭력·강제임신 및 낙태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형제복지원의 공식자료에서만 513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공식사망자인 154명의 3배가 넘는 숫자다.
◇원장, 징역 10년→2년6개월 감형…인권위 "1년 넘었다" 각하
형제복지원 사건의 조사가 시작된 것은 1986년 12월이다. 당시 울산지검 김용원 검사가 우연한 산행 길에 박인근 형제복지원장의 목장 조성에 강제 동원된 원생들을 목격하면서다. 이듬해 1월 박인근 원장 및 직원 5명을 특수감금, 초지법, 건축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업무상횡령),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입건하면서 법정공방에 돌입했다.
같은해 6월 1심 판결에서 박인근 원장은 징역 10년과 벌금 6억8178만원을 선고받았지만 1심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됐고 이후 재판에서 감금죄가 '내무부훈령 410호'에 의해 적법한 행위로 인정돼 결국 최종적으로 2년6개월이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지난 2013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사건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이듬해 1월19일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인권침해 사실이 '1년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