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정당보조금 문제 없나

진상현 김성휘 지영호 김태은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6.02.16 09:05

[the300](종합)

의원 3명에 '수십억 원'…정당보조금 '기득권 논쟁'

4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통계교육원 대강당에서 열린 공정선거지원단 발대식에서 대전·세종·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원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2016.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민의당 창당을 계기로 국회의원 몇명을 추가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당보조금 지급 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보조금 지급 방식이 교섭단체 구성 여부나 의석수를 득표수보다 우선 하고 있어 전반적인 정당 정치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보다 일부 거대 정당에 유리한 구조로 돼 있다는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올해 1분기 경상보조금 99억9000만원을 4개 정당에 배분했다. 관심을 모았던 국민의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소속의원 17명을 기준으로 6억1700만원을 수령했다. 새누리당이 46억93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았고, 더불어민주당 41억4500만원, 정의당 5억3400만원 순이었다. 비율로는 새누리당이 전체의 47.0%, 더민주가 41.5%, 국민의당 6.2%, 정의당 5.3%이다.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요건 20명을 채웠더라만 18억여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3명이 모자라 11억원 이상을 적게 받게 됐다.

또 현재의 17명이 이번 총선의 선거보조금이 지급되는 다음달 28일까지 유지될 경우 받을 돈도 26억8000만원 가량으로, 20석 기준 72억9000만원에 비해 46억1000만원이 적다. 1분기 경상보조금과 올해 선거보조금을 합칠 경우 국회의원 3명 차이에 따라 국고 지원 규모가 57억여원이나 달라지는 셈이다.

국회의원 몇 명에 수십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현재의 정당보조금 지급 기준이 교섭단체와 의원수를 우선 고려하기 때문이다. 현행 정치자금법 25조에 따르면 전체 정당보조금 지원 규모는 유권자의 수에 적정한 계상단가를 곱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정당 전체 연도별 그밖의 경비 지출액 추이/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하지만 배분은 국회법에 따른 교섭단체 우선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정치자금법 27조에 따르면 정당의 국고보조금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총액의 50%가 균등 배분되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총액의 5%씩, 5석 미만의 정당에는 2%씩 배분된다. 그리고 잔여분 중 절반은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을 대상으로 그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분되며, 나머지 절반은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득표수에 따라 배분한다.

이같은 방식은 교섭단체가 아닌 정당의 경우 전체 보조금의 절반의 배분 대상에서 제외돼 수령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선거가 없었던 지난해의 경우 전체 경상보조금 394억4000만원 중 새누리당이 195억7000만원으로 49.6%, 더불어민주당이 177억5000만원으로 45.0%를 각각 받아갔다. 정의당은 두 정당의 9분의 1수준인 21억2000만원(5.4%)을 받는데 그쳤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받은 보조금의 비중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두 정당이 받은 정당비례득표율 42.8%와 36.5%를 크게 상회한다.

우리 정당보조금 제도는 1980년 정치자금법에 처음 규정됐을 때는 원내 제4정당까지 5% 내지 10%씩 균등배분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1991년 교섭단체에 국고보조금의 40%를 우선 나누는 식을 바뀌었고, 1997년 개정에서 현행 처럼 50% 우선 배정으로 교섭단체 배분 비중이 높아졌다.

이처럼 각 정당이 획득한 유권자의 지지와 지급받는 국고보조금에 괴리가 나타나면서 정당이 획득한 유권자의 지지에 대한 보상과 평가라는 보조금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섭단체 결성 여부와 의석수를 득표수보다 우선적인 배분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이 유권자의 지지를 공정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구당 1등 1명 만을 선출하는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정당 환경에서는 유권자의 지지 정도와 보조금 지원 정도가 따로 놀 여지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의 정당교부금 제도는 결과적으로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기존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의석수와 득표수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독일처럼 정당의 총수입과 연동하는 매칭펀드 방식의 도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 '줄까말까' vs 여야는 '어디쓸까'…정당보조금 대안은

정당 전체 연도별 그밖의 경비 지출액 추이/중앙선거관리위원회

현행 정당보조금 제도에 배분 기준을 개선하고 정당 자체의 모금액과 국고 지원 총액을 연동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교섭단체 중심 배분구조에다 건강한 정당체계 촉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은 지급받은 보조금의 사용처에 관한 법안에 치중, 이 같은 개선 논의와 온도차를 보였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보조금의 원내 중심주의, 게다가 총액의 절반을 교섭단체에 주는 교섭단체 우선주의는 소수당이나 신생 정당에 배타적인 진입장벽 효과가 있다. 원내 진입여부로 보조금 지급을 결정, 정당의 원외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올들어 국민의당 교섭단체 구성여부가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20석을 채우느냐 아니냐에 거액이 오고가는 문제가 되면서 '의원 1명 탈당은 얼마짜리' 식으로 희화화되는 역효과도 나타났다.

보조금이 정당의 국고의존도를 높여 정당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시선도 있다. 평상시의 경상보조금과 달리 선거시기에 별도로 선거보조금을 준다. 이는 선거공영제의 축이긴 하지만 대형정당일수록 많이 가져간다는 지적이다.

정당민주주의 발전을 돕는다는 보조금의 원래 취지와 달리 선거부정이나 재보궐 선거 원인제공 등의 경우에도 보조금 규모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국회사무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19대 총선 때 선거법 위반 관련 고발·수사의뢰·경고를 포함해 조치된 1595건 중 새누리당(454건) 민주통합당(254건)이 708건에 이르지만 이 때문에 보조금이 깎이진 않았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교섭단체와 의석수 기준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선거 득표율 기준을 강화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한 가지 기준으로 단순화하는 정률 제도나, 대통령제에 걸맞게 각 정당의 대선 득표율도 감안하자는 요구도 있다.

보조금 총액을 제한하기 위해 당의 자체 모금액과 액수를 맞추는 '매칭' 방식도 거론된다. 독일 정당법은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이 정당 자체수입의 총액을 넘을 수 없게 했다.

선거부정이나 정당민주주의에 악영향을 준 경우 보조금을 감액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단체장의 비리 등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보조금에 손해를 볼 수 있다. 지금도 중앙당이 선관위에 보조금 사용내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거나, 정해진 용처 외에 사용하면 일정금액이 깎인다.

보수진영에서는 정당이 아니라 의회활동에 지원을 늘리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지난해 "국민은 의회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지 선거, 정당, 국회의원 홍보활동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며 정당지원액을 줄이되 그 규모는 정당 자체의 모금액에 매칭시키고, 상임위에 전문인력을 대폭 늘려 보조금을 투입하자고 제안했다.

19대 국회에 계류중인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이 같은 논의와 초점이 다르다. 현행 보조금 제도의 수혜를 보는 대형정당은 일단 받은 보조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여성과 장애인을 공천할 때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신설되자 청년 공천 보조금을 주자는 개정안을 새누리당 이재영, 더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이 각각 발의했다. 나경원 외통위원장은 여성 공천 보조금을 없애되 여성의무공천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선거보조금을 삭감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새누리당에선 야권을 겨냥한 개정안도 다수 내놨다. 중도사퇴 후보자에 대해 이미 지급된 선거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단일화방지법은 김영우·민병주·윤상현·윤영석 의원에다 의원 시절 서병수 부산시장도 제출했다. 국회가 예산안을 법정 기한 내에 의결하지 않은 경우에는 교섭단체 보조금을 삭감하는 윤상현 의원안, 정기회 중 휴회 결의 없이 국회가 파행되는 경우 보조금을 깎는 이노근 의원안도 있다. 이 법안들은 정치적 의미가 큰 만큼 19대 국회 내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당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 재원 독립성 강화 방안은 새누리당 김광림·더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정당보조금 어디에쓰나?... '그밖의 경비' 용처 무한정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모두 394억원을 경상보조금 명목으로 3개 정당에 지급했다. 새누리당은 49.6%인 195억원을, 더불어민주당은 45%인 177억원을, 정의당은 5.4%인 21억원을 각각 챙겼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은 경상보조금 총액의 절반을 똑같이 나눠갖고, 5석 이상 20석 미만의 정당은 총액의 5%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은 돈의 절반은 의석수 비율에 따라 지급하고, 나머지는 득표수 비율로 다시 나누는 방식이다.

올해는 이보다 두배 이상인 약 800억원이 정당에 지급된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경상보조금만큼의 선거보조금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지급되는 보조금은 정당 수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제6회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4년 기준 정당 수입내역을 살펴보면 전체 정당의 수입 2014억원 중 36.9%인 743억원이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선관위가 배분하는 기탁금 99억원까지 합하면 41.8%다. 나머지는 당비와 전년 이월금, 차임금 등으로 구성된다. 기관지 발행사업 수입 등 기타수입이 21.3%를 차지하고 있다.

지출은 조직활동비와 기본경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4년 지출총액 1592억원 중 조직활동비로 들어간 돈만 690억원이다. 전체 지출의 43.4%를 차지한다. 인건비 등 기본경비는 443억원으로 27.8%, 선기비용은 162억원으로 10.2%다. 이 외에 정책개발비 142억원(8.9%), 여성정치발전비 37억원(2.3%), 그밖의 경비 118억(7.4%) 등이 포함됐다.

정당의 씀씀이 가운데 가장 불투명한 부분은 '그밖의 경비'다. 특히 선거 때면 평상시보다 10배 넘게 부풀려지기도 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그밖의 경비 지출은 2011년 76억원, 2012년 183억원에서 2013년 908억원으로 급등했다가 2014년 118억원으로 줄어들었다. 2013년 지출이 급등한 것은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에 따른 경비지출 정산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2012~2014년도 정당별 정기회계 감사 자료 중 정당사무관리규칙의 별표에 나와 있는 수입지출과목 해소표에 따르면 선거비용, 기본경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의 항목은 세부 지출가능 목록이 있다. 이에 반해 그밖의 경비는 '그 외 지출 내역'이라고 단 한문장으로 적시돼 있다. 이 해소표에 따르면 사실상 용처가 무한정인 셈이다.

2013년도 기준 새누리당의 그밖의 지출은 490억원이었는데 대출금 200억원, 박근혜펀드 상환에 250억원을 썼다. 수입을 초과해 약 40억원을 그 밖의 경비로 지출했다. 건수로는 최고위원회외 사무처 식대가 많다. 경조사비, 명절격려금도 지출했다. '운영위임'의 형태로 일종의 인건비 지급항목도 상당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그밖의 수입에 따른 지출명세는 많지 않다. 전체 수입은 475억원중에서 지출은 400억정도인데 이 중 397억원을 대선자금 차입금으로 사용했다. 그 외 약 3억원 정도를 명절선물 및 화환 구입비용 등에 지출했다.

정당 재정 튼튼하면 국고지원 더받는 독일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일본은 인구 한명당 250엔(약 2650원)을 정당 국고보조금으로 책정한다.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약 320억엔, 즉 연간 3000억~3500억원의 정당보조금이 지원된다. 중의원과 참의원에 5석 이상을 갖고 있거나 국회의원 수가 1명 이상인 정당 중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2% 이상 득표한 정당이 지급 대상이다.

정당 국고보조금 총액 중 절반은 우선 중의원과 참의원의 국회의원 의석수 비율에 따라 당에 배분된다. 나머지 절반은 선거 득표율에 따라 다시 정당별로 나눈다. 우리나라 정당 국고보조금 중 경상보조금과 같이 연 4회에 걸쳐 지급한다.

독일의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는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나치 독일과 같은 전체주의를 막기 위해 자유민주적 가치에 입각한 정당을 육성한다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서다.

독일은 연방의회의원선거에서 0.5% 이상 득표하거나 주의회의원선거에서 1% 이상 득표한 정당을 대상으로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 400만표까지는 정당득표수에 0.85유로를 곱해서 보조금을 산정하고 400만표를 초과하면 득표수에 0.7유로를 곱한다.

정당 스스로의 자립도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정당 수입 규모를 국고지원금 기준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각 정당의 당비와 후원금액 규모에 0.38유로를 곱한만큼 지원금을 더 준다. 국고보조금의 액수가 정당의 수입금액을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둔 것도 정당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프랑스는 최소 50개 하원의원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1% 이상 득표한 정당을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한다. 1차적으로 정당득표수에 1.68유로를 곱한 금액을 지급하고 2차적으로 하원의원수에 4만4224유로를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

선거 뿐 아니라 일상적인 정당 운영비까지 지원되는 이들 국가의 정당보조금 제도와 달리 미국은 선거에만, 그것도 대통령 선거에만 지원한다. 이 또한 대통령 예비선거에서는 정당후원금 모금액에 비례해 지급하는 '매칭펀드제'로 지원하고 대통령 일반 선거에서는 비용 전액을 지원하는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또한 국고 보조금의 지원 여부를 후보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국고 보조금을 받게 되면 보조금 뿐 아니라 후원금의 세부 내역과 정치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사후검증을 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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