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달러 이하 선물만 합법…'이해충돌 방지'도 엄격히 규정

박소연 기자
2016.08.04 05:42

[the300][런치리포트-김영란법 2라운드]③해외 선진국 사례 살펴보니…

공직자 등의 금품수수와 부정한 청탁을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이해충돌 방지' 조항의 포함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뜨겁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공직자의 선물 수수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규제할 뿐 아니라 부패 방지에 있어 '이해충돌 방지'를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뇌물죄는 세관공무원의 허위통관 묵인과 사법부 재판관들의 법원에서의 유리한 결정을 대가로 한 경제적 이득 취득 제재로부터 시작됐다. 미국은 로비스트를 합법화하고 있지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정청탁·금품수수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엄격하게 규제한다.

미국은 1962년 일찌감치 '뇌물, 부당이득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미국의 공직자는 공무 수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대가로 금품을 수령하면 15년 이하 징역 또는 25만 달러 또는 뇌물액의 3배 중 더 큰 액수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벌금형과 징역형을 모두 받게 된다.

공직자는 소속 기관과 거래관계에 있거나 실질적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으로부터 선물 수수가 금지된다. 다만 20달러(약 2만원) 이하 1년 합계 50달러(약 5만원) 미만의 선물이나 예금, 증서 등의 수수는 예외로 인정된다. 이 밖에도 △정치행위에 참여하는 행위로 인해 받는 식사, 교통, 숙박 및 사례금 △정부를 위해 컨퍼런스, 회의 등에 참석하고 주최 측이 제공하는 의례적인 식사, 교통, 숙박 등은 허용된다.

미국은 '이해충돌 방지'도 정부윤리법에 엄격히 규정해놓았다. 이 법에 따르면 공무원이 된 후 1년 내 자신의 전 고용인이었던 사람이 당사자가 되는 사안에서 배제되게 된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는 내정된 공무원들이 2년간 자신들의 전 고용인,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특정 거래나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다.

또한 미국 연방법은 행정부 공무원이나 피고용자, 국책은행 직원 등이 자신 또는 자신의 배우자, 파트너,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관련되는 사안에 관여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 영국, 독일, 일본도 공직자의 선물 수수와 관련, 허용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각기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뇌물죄'(Bribery Act) 등 강력한 반부패 법령들을 채택해 공직자의 청렴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물과 접대를 받는 행위를 제한한다. 런던시 소속 공무원은 25파운드(약 3만7000원) 이상의 선물과 접대에 대해 관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영국 외무부 공무원은 30파운드(약 4만4000원) 이상의 선물과 접대가 금지된다.

독일은 '부패단속법'(Gesetz zur Bekampfung der Korruption)을 통해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 등 수수를 '이익수수죄'로 규정, 형사처벌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5유로(약 3만원) 이내에서 기관별로 선물 수수 기준을 설정하고, 기준을 초과할 경우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했다. 연방 내무부는 25유로, 연방 법무부는 5유로(약 6200원) 이하의 선물만 허용된다.

일본은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000엔(약 5만3000원)이 넘는 선물이나 식사대접을 받는 경우 기관장에게 받은 금액과 날짜, 제공한 사람의 이름, 직책, 주소 등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이처럼 해외 선진국 사례에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의 '3·5·10 상한액'(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시행령 규정은 금액이 다소 높은 편에 속한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원안에서 '이해충돌 방지'가 빠지면서 규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선진국들의 부패 관련 법은 대부분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김영란법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폭넓게 규제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와 관련해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는 "우리나라는 주로 미국과 독일을 모델로 삼아 법을 만들었다"며 "다만 법체제에 있어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못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윤리와 청렴에 관한 법체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이해충돌이고 미국 등 해외의 경우 대부분 이해충돌이 법제화되고 그 가운데 범위를 좁혀 청탁이나 부정청탁 금지가 들어가는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들어가는 게 맞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을 넣을지는 우리 현실을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미국이 20달러라고 하지만 다른 구도로 수십년을 살아온 우리 사정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사례는 참고하되 누군 맞고 누군 틀리다 식의 2분법적 평가는 적합하지 않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해외에선 BBC 등 방송사가 공공기관으로 취급되고 교육기관도 정부 지원 정도에 따라 공공 영역에 포함되기도 해 김영란법에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을 넣은 것이 무조건 틀렸거나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