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른바 '최순실 스캔들'에 따른 민심 이반 수습을 위해 여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키로 전격 결정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는 거국내각 구성 방안의 실행 가능성 등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내각 개편에 앞서 박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주초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폭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할 전망이다.
◇거국내각의 역설
청와대 핵심 참모는 30일 "여당이 요구한 만큼 거국내각 구성 방안에 대해 검토해 볼 것"이라며 "거국내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부터 확인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거국내각 구성과 같이 중요한 사안은 참모들이 아닌 대통령이 직접 판단할 수 밖에 없다"며 "참모들이 여러 의견을 전달하겠지만, 결국은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여야 동의 아래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키로 결론을 내렸다. 거국내각이 구성될 경우 국무총리는 여야가 합의한 인사로 선출하고, 장관들은 총리 주도로 여야에서 추천하는 인사들로 균형을 맞춰 임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또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를 중심으로 챙기고 나머지 내치에 대한 권한은 거국내각 총리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거국내각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박 대통령도 지난 4월26일 45개 중앙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 간담회 당시 여야 연립정부에 대해 "서로 정책이나 생각이나 가치관이 엄청 다른데, 막 섞이게 되면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며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최순실 스캔들'에 따른 급격한 민심 이반으로 현 상태에선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겠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박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야권이 국정에 참여토록 할 경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낮아져 역설적으로 여당의 정권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권한보다 책임이 큰 행정부의 특성상 야권이 참여한 거국내각이 대선 전까지 불과 1년1개월여 동안 뚜렷한 성과를 거두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靑 참모진 교체, 인선 되는 곳부터"
우리나라에선 1948년 이승만 정권이 초대 내각을 꾸리면서 좌익으로 분류된 진보당 조봉암 선생에게 농림부 장관을 맡기는 등 거국내각의 성격을 가미한 바 있다. 1992년에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선 직전 민주자유당에서 탈당하며 형식적이나마 거국내각 수립을 선포, 현승종 당시 연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발탁한 사례가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저녁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일괄적으로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수석비서관 전원이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전달했다. 앞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26일쯤 이미 박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최순실 스캔들'에 대한 민심 수습책으로 대폭적인 청와대 인적쇄신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체 대상에는 안 수석과 우 수석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조속한 사태 수습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주초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참모진 교체는 인선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며 "인선이 된 자리는 즉시 발표하고, 인선이 안 된 자리에 대해선 우선 사표만 수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 인적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하고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주문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정자료가 최씨에게 사전에 유출되는 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비롯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교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들의 사표 제출 여부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관급은 교체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만큼 굳이 사표를 제출받을 필요까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