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만 깎아달라는 요구 거절, 롯데 압색 예고에 2쪽짜리 회의로 전액 반환 결정
지난 6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하루전 K스포츠재단이 롯데로부터 추가 모금한 70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긴급 이사회까지 연 것으로 확인됐다. 재단은 이사회를 개최한 같은날 롯데측에 "사업이 취소됐다"며 자금을 돌려주겠다고 전화했다. 이사회 소집 통지가 1주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K스포츠재단은 롯데 압수수색을 최소 열흘 전에 알았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 검찰라인이 관여하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10일 머니투데이 더300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K스포츠재단 관련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롯데의 압수수색이 있기 3일 전인 6월7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했다. 회의록에는 임시 이사회 개최 통지가 1주일 전인 5월31일에 이뤄진 것으로 돼있다.
회의록에 담긴 회의내용은 이사들이 짜맞춘듯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날 주요 안건은 하남거점 체육시설 건립 방안을 수정하는 내용. 최순실씨의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 출신인 정동춘 이사장이 제안설명을 했고 이사진은 기부금을 기업에 돌려줘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동춘 이사장의 기부금 수령 내역과 사업추진현황을 설명하자 충남 아산의 모 대학 체육학 교수인 주종미 이사는 "주요 거점 지역인 하남이 차질을 빚게 돼 안타깝다"며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만큼 이건을 목적으로 들어온 기부금을 다른 용도로 전용해선 안된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재단의 운영을 총괄했던 정현식 사무총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좋은 뜻으로 기부한 기업을 위해 기부금은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해야 된다"고 거들었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필승 이사도 "하남거점 체육시설 건립이 불투명해졌다면 기부금은 기부한 기업으로 반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또 하남거점 이외의 지역을 다시 선정해 별도의 계획을 세워 새롭게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체육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철원 이사도 "기업의 고마운 뜻은 감사히 받되, 어려운 기업의 경영 현실을 생각할 때 기부금은 다시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끝으로 정 이사장은 반환결정을 내렸고 회의는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이 이사는 K스포츠재단이 설립 후 처음으로 개최한 컨퍼런스 행사에 진행용역을 맡은 '더스포츠엠'의 한모 대표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더스포츠엠은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씨가 소유한 회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가 끝나고 재단은 일사천리로 기부금 반납에 착수했다. 재단의 회계내역에 따르면 6월9일부터 13일까지 롯데에 70억원 전액을 반납했다. 롯데에 돈을 반납하기 위해 65억짜리 정기예금까지 해지했다.
이사진은 기부금 반환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끼워맞추기식 이사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롯데는 K스포츠재단 17억원을 포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의 출연금을 냈음에도 추가로 75억원을 추가 납부하라는 강요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있다. 롯데 측이 35억원으로 정리하자고 요구했지만 5억원만 깎아준 내용도 나왔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비자금 관련 내사가 맞물리면서 상당한 압박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115억원의 돈을 낸 것이 일종의 보험금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다.
때문에 "어려운 기업의 경영현실을 고려해 기부금을 돌려주자"는 이사회 결정에 의구심이 생긴다. 무엇보다 재단이 3개월에 걸쳐 어렵게 모금한 기부금을 갑작스레 반납한 이유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재단이 롯데에 70억원을 받아낸 근거였던 하남거점 체육시설 부지가 정작 자신들의 땅이 아니라는 것부터 문제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재단이 스포츠센터를 짓겠다고 했던 토지소유자인 대한체육회는 정작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재단이 롯데에 기부금 반환을 시작한 시점은 서울중앙지검이 롯데그룹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날. 검찰은 10일부터 롯데에 전방위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때문에 롯데에 대한 수사 정보를 누군가가 누설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야당 일부에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비롯,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까지 의심의 선상에 놓고 있다. 검찰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이 재단에 연락해 '롯데에 돈을 돌려주라'는 지시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검찰 조사에 따르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에 따라 검찰 압수수색 전에 돈이 반환됐다고 한다"며 "안 전수석의 지시에 전광석화처럼 임시 이사회가 개최됐고 70억원을 일사분란하게 반납한 것은 청와대가 재단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고 검찰의 각종 수사정보가 실시간으로 재단에 중계됐다는 증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현웅 법무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의 검찰은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늦장 수사하고 수사정보를 당사자에게 유출한 의혹이 제기된다"며 "수사정보 유출을 막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김 장관과 김 총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