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위기'의 시대를 불러온 것으로 지목된 제도 중 하나가 PBS(연구과제중심)제도다. 경쟁 논리를 도입해 능력에 따라 급여를 지급해 창의성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1996년에 도입됐다. 출연금 대비 PBS 비율이 50%라면 연구자 평균 급여 가운데 50%만 정부가 보장하고 나머지는 연구자들이 직접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따와서 충당해야하는 시스템이다.
도입 후 20여년이 지났지만 PBS제도에 대한 출연연 관계자들의 문제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선 인건비 확보를 위해 대학과 기업, 다른 출연연과 과제 수주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인건비 충당을 위해 불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는 등으로 과제 규모를 키우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에 몰두해야할 연구원들이 과제 제안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하는 것도 문제다.
단기 프로젝트에 연구역량이 집중되고 장기적 자원 투입이 필요한 기초 연구는 소홀해지는 단점도 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의 주요 사업 가운데 연구기간이 3년 이하인 연구과제의 비율이 6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성과가 나는 단기과제가 양산되는 것도 문제다. 최근 3년간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수주한 2781개의 연구과제의 성공률이 99.5%에 달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난다. 오세정 의원실이 지난 9월 19~23일 4대 과기원(107명)와 출연연(482명) 소속 연구원 5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2.5%(368명)가 PBS제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32.4%(191명)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과도한 과제수행으로 연구의 질이 하락했다는 답변은 88.5%에 달했다. 과제수주 능력이 평가를 잘 받도록 평가체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답변도 81.7% 수준을 나타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TS)는 이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성실도전 제도'를 도입했다. 창의형 융합연구 사업부터 시범 적용한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는 11개 출연연의 출연금 인건비 비중을 올해 60%에서 2018년 70%로 높여 PBS 과제 수주 경쟁 대신 원천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출연금 인건비 비중 70% 미만인 11개 기관의 출연금 비중 역시 70%까지 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