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번잡한 하늘길.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를 잇는 길이다. 지난해 이 노선으로만 1700만여명이 움직였다. '환상의 섬'이라는 수식어다운 인기다. 하지만 주민들의 고민이 깊다. 환경 보존, 토착민과 이주민의 화합, 일상 유지 등의 문제가 관광객이 떠난 자리에 남았다.
613 지방선거가 시작된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그리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8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도민들의 선택지는 5개로 나뉜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자유한국당 김방훈·바른미래당 장성철·녹색당 고은영·무소속 원희룡 후보(기호순)가 도민들의 선택을 구하고 있다.
◇문대림?원희룡? "게메(글쎄)…부부끼리도 선거 얘기 안 한다"=박빙. 도민들은 이번 선거가 문 후보와 원 후보 간의 팽팽한 대결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등에 업은 문 후보와 현역 제주도지사이자 지역 대표 인물인 원 후보가 눈에 띈다는 것이다.
제주시 동문지하상가에서 만난 고모씨(49)는 "(누굴 찍을지) 아직 못 결정했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씨는 "언론에서 다루는 대로 팽팽하다"며 "부부끼리도 누구를 지지하는지 말하지 않고, 친한 사이도 조심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흔쾌히 말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 후보와 원 후보 중에) 하나를 꼽기가 조심스럽다"는 주민들이 적잖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지도 높은 원 후보에 표심이 기울었다는 반응도 많았다. 제주시 연동에서 만난 청년 김모씨(27)는 "박빙이지만 원 후보가 더 유리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어르신들은 오래 본 원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다"며 "사드로 인한 중국 관광객 감소 문제로 일부 젊은이들이 원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지만 그동안 한 일을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30대 후반 택시기사 황모씨는 "원 후보가 해놓고 마무리 못한 일들이 있는데, 사람이 바뀌면 또 망가질테니 차라리 하던 사람이 하는게 낫다"고 전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원 후보는 안다는 고령의 유권자들이 많았다. 이호동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성모씨는 "방송을 자주 안 봐서 후보들을 잘 모르겠다"면서도 "원 후보는 안다"고 말했다.
제주에 뿌리내린 '괸당'(친척) 문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연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56)는 "아직 괸당을 무시할 수 없다"며 "서너 다리만 건너면 전부 아는 사이인 이곳에서 문 후보와 원 후보 모두 각자의 세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괸당 때문에 이곳저곳 도와주러 현장에는 나가지만 결국 투표는 내 마음대로 한다"며 결과 예측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변가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은 시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이호테우해변 근처 식당에서 만난 이모씨(29)는 "이곳 해변까지 지방선거 분위기가 넘어오진 않았다"며 "2년 전 이곳에 이주했는데 문 대통령 등 정부 이야기는 하지만 지방선거 이야기는 거의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물이나 당이 아닌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주민도 있었다. 동문시장에서 오메기떡을 파는 김모씨(50)는 "두 후보가 팽팽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저는 난개발 안 하겠다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며 "제주도가 난개발에 쓰레기 문제까지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보물을 보고 환경을 지킬 후보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까지 간다" 기세 올리는 주요 후보들 =여론조사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한 문 후보와 원 후보 캠프는 총력전이다. 민주당은 지도부까지 나서 총력 지원을 벌이고 있다. 문 후보는 여당 소속을 이점으로 내세우며 '힘있는 도지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비장함도 나타났다. 원 후보가 제주를 내팽개쳤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출정식서 만난 고모씨(58)는 "(바른미래당을 떠난) 원 후보가 철새"라며 "(전에) 밀어줬더니 맨날 서울로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제주에서 큰 인물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고향을 내팽개치면 안 된다"며 "무소속 도지사가 많았던 제주에서 이제 여당 도지사가 나올 차례"라고 강조했다.
원 후보는 '원희룡' 이름을 내세운 '원캠프'를 제주시내에 꾸렸다. 정당이 없는 만큼 인물을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흰색 중심으로 꾸며진 캠프는 청년들의 약한 지지를 의식한 듯, 이들을 겨냥한 공약들로 채워져 있었다.
원 후보는 "청군을 이기는 백군"을 구호로 외치며 여당을 이기겠다는 의지도 담아냈다. 실제로 지지자들은 이날 원 후보를 향해 "재선 후 중앙으로 올라가라"는 응원을 보냈다. 70대 초반의 원 후보 지지자는 "(지사) 한 번 더 해서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원 후보가 앞선다는 말이 있지만 안도하지 않는다"며 "젊은이를 잡기 위해 공약 1호를 청년 공약으로 냈고, 제주·서귀포를 가리지 않고 다닐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