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왜 '카자흐 前대통령' 만날까…수도가 그의 이름

누르술탄(카자흐스탄)=최경민 기자
2019.04.22 06:00

[the300]도시 내려다 보는 전망대에는 '황금 핸드 프린팅'…사실상 국부·상왕

카자흐스탄 누르술탄 바이테렉 타워의 전망대에 위치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황금색 핸드 프린팅. 핸드 프린팅은 대통령궁을 향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당시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2018.10.19.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한다. 카심-조마르 토카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후에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한다. 만찬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그리고 그의 딸인 다리가 나자르바예바 상원의장과 함께 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의 전직 대통령과 딸까지 참석한 만찬 자리를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자흐스탄 특유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고려한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전직 대통령을 넘어서는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위상에 답이 있다.

누르술탄이라는 도시명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에서 따 온 것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30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했고, 지난 3월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임시 대통령이 된 토카예프 대통령(당시 상원의장)은 수도 이름을 누르술탄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상하원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이를 채택했다.

누르술탄이라는 도시 전체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흔적이 있다. 누르술탄 중심부에는 105m 높이의 바이테렉 타워가 있다. 1997년 수도가 된 계획도시인 누르술탄 시내를 모두 내려다 볼 수 있다. 전망대의 가장 높은 곳, 대통령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금빛 핸드 프린팅이 있다.

국립박물관 입구에는 거대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석상도 있다. 관객들을 압도하는 엄청난 크기다. 누르술탄 시내에는 카자흐스탄의 손꼽히는 명문대인 나자르바예프 대학교가 존재한다. 수도의 공항 이름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국제공항'이다. 누르술탄시는 그 이름 그대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은 곳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에서 사실상 국부(國父)와 같은 위상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다. 2015년 대선에선 97.7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카자흐스탄에선 새로 태어난 남자 아기의 이름을 지을 때, 가장 인기있는 이름 중 하나가 '누르술탄'이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위상은 카자흐스탄의 경제적 성장과도 관련이 있다. 카자흐스탄의 GDP(국내총생산)는 여타 중앙아시아 4개국 전체의 1.5배에 달한다. 1인당 GDP는 8800달러 수준으로 1만달러에 근접했다.

이런 그가 지난 3월 돌연 사임을 발표하자 세계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임의 이유로는 고령의 나이(79세)에 따른 건강 문제, 최근 정체된 카자흐스탄 경제의 성장세 등이 꼽혔다.

그럼에도 영향력이 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지 TV 뉴스의 톱기사로 여전히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이 나온다. 대통령 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안보위원회 의장, 집권 여당 당수, 헌법위원회 위원장 직은 계속 유지하기로 해 권력이 여전하다.

토카예프 임시 대통령부터가 '나자르바예프 충성파'다. 그는 오는 6월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딸인 다리가 상원의장이 실질적인 후계자라는 말도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이든, 다리가 상원의장이든, 모두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사실상 상왕(上王)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교역을 강화·확대하고, 향후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외교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관계를 쌓아야 하는 상대인 셈이다. 티무르 샤이메르게노프(Timur Shaimergenov) 카자흐스탄 외무부 국제정보위원장은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의 사임과 오는 6월 대선 이후 새 정부 출범 등 정치적 상황과 관련해 "아무 것도 변할 것은 없다.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