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7대 52명→ 20대 159명, 툭하면 불려가는 기업인

김민우 , 김하늬 기자
2019.09.30 18:02

[the300]종합국감(22일) 1주일 전까지 여야 간사 협의로 증인채택 가능

기업인들은 해마다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된다. 국회에 따르면 국감 출석 요청을 받은 기업인 수는 17대 국회(2004~2008년) 연 평균 52명, 18대(2008~2012년) 77명, 19대(2012~2016년) 124명으로 점차 늘어났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까지 연 평균 159명의 기업인이 국감장에 섰다.

국회는 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의 역할이 소홀하다는 명분으로 국정감사 때 직접 기업인을 소환한다. 그러나 때로는 ‘국정감사’가 ‘기업감사’가 되기 일쑤다.

국회가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길 선호하는 이유는 ‘화제성’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실무자보다 대기업 총수 등이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이런 화제성 때문에 전국민적 현안이 있는 경우 각 상임위별로 ‘중복’ 출석 요구도 줄을 잇는다.

때로는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총수를 ‘일부러’ 증인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측에서 ‘회장’이나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기업 회장이나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해당 대기업에서는 사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국감장에 세우지 않더라도 대기업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 하는 것만으로도 기업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모 상임위 관계자는 “A기업 회장의 경우 국감에 분쟁 중재에 총수가 직접 나서도록 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사례”라며 “실제 국감장에 세우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증인채택에 합의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업인 소환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감장에 불러놓고 질문 한마디 없이 돌려보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려고 해도 질의시간 부족을 이유로 설명보다 “예” “아니요”의 답변만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측에서는 국감 때마다 필요이상의 ‘비용’이 쓰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또 국정감사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이자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한 채 의원들 민원 창구로 전락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간사단이 꼭 필요한 경우 기업 총수보다 실무자, 전문가를 불러 설명을 듣자고 원론적 합의를 해도 의원들이 일제히 증인신청명단에 기업 사장, 대표, 회장을 쏟아낸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의 모습도 그대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철 SK케미칼 대표와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엘지 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등은 증인 채택이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증인 신청 명단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름이 적혀있다. ‘불화수소 개발 현황’을 묻겠다는 게 신청 사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정무위원회가 보고 싶어 한다.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협력업체 상생방안 등을 묻고 싶단다.

이들의 증인 채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 놓을 처지가 아니다. 통상 여야는 증인 명단을 협상·확정한 뒤 국감을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는 흐름이 다르다. ‘조국 이슈’ 등으로 국감 증인 채택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감 첫주 일정만 먼저 확정한 뒤 다시 협상을 진행하는 ‘살라미’ 수법이 구사된다.

산자중기위는 10월11일 증인까지만 여야가 협의했다. 여야 간사단은 추가 증인 채택 여부를 협상해야 한다며 ‘뒷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마지노선’은 종합국감이 예정된 22일로부터 일주일 전인 14일이다. 출석요청일 7일 전까지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증인 소환이 가능하기에 기업은 보름을 전전긍긍하며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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