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가 다시 부각되자 해당 법을 다루는 국회 정무위원회가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정작 법안을 맡고 있는 국회에서는 전속고발권을 현행 유지하는 것으로 지난해 말 결론 냈는데 대선주자들이 이를 다시 꺼내면서다.
국회 정무위에서는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강행처리됐다. 이때 공정거래법에서 논란이 됐던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경쟁법 관련 사항 등은 공정위의 고발로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제도) 폐지안을 없애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여당으로서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해버리는 대신 당시 주요 쟁점 중 하나였던 전속고발권 폐지를 양보해준 셈이었다.
당시 김병욱 민주당 정무위 간사는 "절대 기업 옥죄거나 발목 잡는 법이 안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없던 일로 매듭지었다. 검찰의 별건 수사 등으로 기업활동이 제약받을 것이란 재계의 걱정을 반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불과 1년도 안 돼 올해 정기국회에서 곧바로 다시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를 다루기는 난감한 상황이다.
김병욱 여당 간사는 20일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정무위에서 전속고발권을 의제로 올리려는 분위기는 아직 없다"며 "재논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더 강경하다.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측은 "공정위가 지난해에 내놨던 절충안인 경성담합(중대한 담합)에 대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것도 여야가 합의됐던 게 아니었다"며 "대선주자들이 이슈 부각 차원에서 얘기를 꺼냈다고 해서 정무위의 실질적 법안처리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등 다른 현안 처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전속고발권 문제에 관심이 떨어지는 점도 재논의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이슈 발굴을 위해 정책적으로 논란이 많은 사항에 대해 준비 없이 발언한다는 지적이다.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이슈를 도입해야지 이미 논쟁을 통해 걸러진 주제들을 재탕 삼탕 자꾸 끄집어내는 건 국가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임대차 3법만 해도 참여연대가 10년 동안 주장하던 것을 여당이 무리하게 통과시켰다가 시장이 엉망이 되지 않았느냐. 오래도록 논란으로 합의가 안 됐던 주제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변수는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 간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끝내 무위로 돌아갈 경우다. 현행 상임위원장 '18대 0' 구도가 이어진다면 새 정무위원장에 민주당 소속의 우원식 의원이 유력하다. 우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의 선대위원장이다. 이 지사가 공약한 전속고발권 폐지를 우 의원이 정무위원장으로서 의지를 갖고 의제로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