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낙대전'에 '수박'이 왜 나와…겉과 속이 다르다? 일베 용어?

최경민 기자
2021.09.23 05:30
(원주=뉴스1) 구윤성 기자 = 12일 오후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강원 합동연설회(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2021.9.12/뉴스1

정치권에서 애먼 '수박' 단어가 논란이다. 먹는 수박 얘기가 아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는 뜻의 수박,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용어로의 수박이 거론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뜻이 있었어?"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재명 "수박 기득권자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 이른바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 공영개발 막으려고 발버둥친 것도 성남시 국민의힘 정치인들"이라며 "나에게 공영개발 포기하라고 넌지시 압력 가하던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고 글을 썼다.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말의 경우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저히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갑자기 '수박'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 이재명 지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라고 했는데 문제는 대다수 국민에게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용어라는 것에 있다.

그런데 이 용어를 써온 집단이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 특히 이재명 지사 지지층 사이에서는 꽤 활용이 돼 온 게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수박'으로 검색하면 겉과 속이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을 일컫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특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향해 쓰인다.

예컨대 지난 14일 '클리앙'의 누리꾼 A씨는 "민주당 수박들아. 조중동 그만 봐라"고 글을 썼다. 같은 날 누리꾼 B씨는 "민주당 내 수박들 분명하게 구분짓는 계기가 되길바란다"고 언급했다. 지난 15일에는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이 이낙연 캠프로 향했다는 소식에 "그동안 수박 아닌 것처럼 행동하다가 막판에 본색을 드러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낙연 측 "수박은 일베 용어"

그런데 '수박'을 두고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 용어라는 지적이 나왔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기 위해 일베 유저들이 써온 용어라는 주장이다. 실제 2015년에는 일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얼굴에 수박을 합성한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역시 대중적인 표현은 아닌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지사 지지층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을 향해 '수박'이라고 하자 이낙연 캠프가 발끈했다. 이낙연 캠프의 대변인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수박이란 용어는 일베라는 극우 커뮤니티에서 쓰기 시작한 호남 혐오, 호남 비하 멸칭이다. 사용을 멈춰달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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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재명 지사가 직접 '수박 기득권자들'을 거론하자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윤영찬 의원은 "수박이라고 지칭당한 분들이 민주당 당원이라면 원팀이 되겠나. 이재명 캠프에서 경선 이후 화합을 강조하지만 수박 얘기로 누군가를 지칭하면 같이 길을 갈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김종민 의원 역시 "일베가 조롱하며 쓰는 용어를 이재명 지사가 같이 쓰고 있다. 아니더라도, 몰랐더라도 안 쓰면 되지 왜 자꾸 쓰려 하나"고 따졌다.

정치인 말꼬리 잡기에 '수박' 이미지만 타격

'수박' 논란으로 인해 '명낙대전'이 재발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정 사람들만 쓰던 제한된 표현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다가 갈등에 불이 붙은 격이다.

현재 상황을 따져본다면, 이재명 캠프에서는 "이낙연 캠프가 호남 경선(오는 25~26일)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이낙연 캠프에서는 "자제 요청까지 한 용어인데, 굳이 그 단어를 후보가 직접 썼어야 했나"고 볼멘소리를 할 만하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저런 뜻도 있구나"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도 있었지만, 대선후보 1명을 정하는 서바이벌이 한창인 상황에서 그런 관용은 발휘되지 않은 듯 하다. 실제 '명낙대전'은 말만 '대전'이지 서로의 '말꼬리 잡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동안 백제 발언, 바지 발언, 노무현 정통성 논쟁 등 모두 딱 그 수준이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수박'이다. 달고 시원한 이미지를 가진 수박의 이미지가 정치인들의 말다툼 때문에 오염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실제 '펨코'의 한 누리꾼은 "이제 수박이라는 단어도 못쓰게 되는 거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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