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한국서 투표하는데 우린 못해"...다른 나라 어떤가 보니

안재용 기자
2023.06.16 06:40

[the300]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2023.6.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이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부여하고 있는 지방선거 투표권을 한국인 영주권자에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가에 대해서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노골적인 비판 발언이 내정간섭 논란으로 번지는 가운데 선거제도를 상호주의 원칙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일본, 중국에선 외국인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버몬트주와 메릴랜드주 등 일부 지역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연방 관련 투표는 모두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할 때 상호주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 4건(권성동·조정훈·홍석준·김성원안)이 발의돼 있다. 상호주의 원칙을 주민투표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민투표법 개정안'(조정훈안)도 1건 발의돼있다. 상호주의란 '행위자 A가 B에게 베푼 바와 같이 B도 A에게 행하라'는 행위 준칙을 말한다. 이른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는 원칙이다.

해당 개정안들은 지방선거·주민투표 투표권을 부여할 때 상호주의 원칙을 지킬 것을 단서로 추가하는 것 외에도 △투표권 취득 기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권성동안) △대한민국과 상호 조약 체결(권성동·김성원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만 18세 이상의 외국인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사람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윌밍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 (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손녀 나탈리와 중간 선거의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주권자에게 부여된 지방선거 투표권을 상호주의에 따라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최근 싱 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국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런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중국 외교당국은 정재호 주중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정부는 이후 중국 정부에 싱 대사에 대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사실상 거부당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태도를 보면 외교관으로서 상호 존중이나 우호 증진의 태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한중 간에)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개선을 노력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보여준 언행은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중국은 대한민국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을 갖고 있다"며 "현재 약 10만 명 정도의 중국인이 지방선거 투표권을 갖고 있다. 반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투표권이 없다"고 적었다. 권 의원은 "(현행 선거방식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국인의 거주 양상과 결합되면 외국인 투표권이 민의를 왜곡할 여지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는 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형백 성결대 지역사회과학부 교수가 작성한 논문 '지방자치선거와 이주민의 참정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이주민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는 45개국이다. 유엔(UN·국제연합) 회원국이 총 193개국임을 고려하면 전 세계 국가 중 약 4분의 1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중에서도 EU(유럽연합)로 묶여 있는 유럽 국가들과 영연방 소속 국가 등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 우선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는 원칙적으로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버몬트주와 메릴랜드주 등 일부 지역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고 있으나 연방 관련 투표는 모두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뉴욕시가 지난해 초 영주권자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뉴욕주 대법원이 위헌 결정을 내리며 무산됐다.

(도쿄 AFP=뉴스1) 권진영 기자 = 29일 일본 도쿄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통보 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의 경우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아이치현 다카하마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외국인 주민투표권을 인정하나 지방선거에는 투표할 수 없다. 중국은 자국민들도 지방선거에 대한 투표권만을 갖고 있는데, 외국인에게는 부여하지 않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외국인 투표권을 인정하는 국가들은 크게 △국적에 관계없이 일정 자격을 충족한 외국인에게 투표권 부여 △특정 국가 소속 외국인에게만 투표권 부여(EU 회원국, 영연방, 구식민지 국가) 등으로 나뉜다.

국적에 관계없이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한국과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러시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핀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볼리비아 등이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 체고, 몰타, 키프로스 등은 EU(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에게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한다. 영국과 호주, 자메이카, 도미니카, 크레나다, 모리셔스, 바베이도스 등은 영연방 국가 출신에게만 투표권을 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브라질 등 구식민지 국가 출신들에 한해 지방선거 투표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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