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글로벌 관세 정책에 대비해 수출입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며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을 향해선 국회 차원의 통상특별위원회 구성을 거듭 촉구했다. 이러한 친기업적 행보는 중도층 공략을 위한 이른바 '정책 우클릭'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이 격랑의 국제질서 속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뿐만 아니라 번영해야 하는데 그 길이 무엇인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통상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와 관련해선 일선 기업들과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중진국 입장에서 산업 발전을 기획할 땐 전문 관료의 실력이 충분해서 정부 주도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이젠 민간 영역이 정부 능력을 뛰어넘는 선진국이 됐다. 정부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경제 현장에서 국제 경쟁이라는 파고를 일상적으로 넘는 여러분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어떻게 정치와 행정에 반영할지 고민하는 자리"라며 "여러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잘 메모해서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 소장, 송경열 SK경제경영연구소 소장, 김견 HMG경영연구원 원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 이어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에서 산업계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편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권의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수출·해외 시장 다변화 지원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 설계 △에너지·인력 양성 분야 문제 해소 △수출기업의 물류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토론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참석자들이 트럼프시대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며 "이 대표 말씀처럼 이제는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거에 대해 공감했다"고 했다.
이어 "특별히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한 무역 정책이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또 정치권이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이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에서 갖고 있는 관련 통계 자료를 활용해 미국 조야 등을 설득하는 작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산업계로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현장의 요구와 수요를 정확히 반영한 산업정책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만들기 위해 이를 잘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비한 국회 차원의 통상특위 구성도 재차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오는 모든 수입품에 각각 25%,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3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하면서 관세 폭탄을 실행해 옮겼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여야가 함께하는 국회 통상특별위원회(통상특위) 신설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 대표는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계 제로 상황 속에서 경제 지수가 요동치고 있다. 기업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든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국제 통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회 차원에서 통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최근 실용주의 노선을 기치로 연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소득·상속세를 깎아 주는 방안을 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에 대한 좌편향 우려를 불식하고 중도층 민심을 공략해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