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지금 20대 후반인데 빅뱅 같은 연예인 쫓아다니며 음반 오픈런 할 때 '그걸 왜 하냐?'고 그랬어요. 그런 제가 지금 나이가 50대 중반인데 오픈런을 처음 해봐요. 그것도 정치인(한동훈)을 ㅎㅎ"
26일 아침 7시5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앞. 지하에 위치한 교보문고 회전문 앞에서 줄을 서 있던 50대 여성 A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고 있다는 A씨는 0도의 추운 날씨에도 아침 7시쯤 교보문고 앞을 찾았다.
이날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며 내놓은 신간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가 출간하는 날이었다. 지난 19일 온라인 예약판매를 시작하며 판매 시작 6시간 만에 판매 1만부를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빨리 책을 손에 넣고 싶은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서점 현장에서 직접 책을 받아들고자 너도나도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으며 오픈런(문이 열리기 전부터 줄을 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날 서점을 가장 먼저 찾은 이는 경기 남양주시에서 온 40대 여성 B씨였다.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30분부터 서점 앞 대기 줄을 선 B씨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책은 내일 오지 않느냐. 한 시간이라도 먼저 책을 빨리 보고 싶어 서점에 왔다"며 "한 전 대표가 다시 돌아와 너무 반갑다"고 했다. B씨와 함께 새벽부터 대기 줄을 만든 50대 여성 C씨는 "한 전 대표가 지난 16일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복귀하겠다 한 뒤 일주일 동안 이름만 들어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 회원들은 이날 서점 앞에 모여 오래된 친구들을 만난 듯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이들은 서로를 팬카페 닉네임으로 부르며 한 전 대표 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새벽 찬 공기가 가시지 않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서로 챙겨 온 핫팩을 나눴다. 한 지지자는 한 전 대표의 포토 카드를 제작해 와 아침 일찍 서점 대기 줄에 선 다른 지지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오픈런 현장에선 20대 청년들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22세 남성 D씨는 "한 전 대표는 지금 당장이라도 (보수진영에)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이라 생각해 좋아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좀 더 쉬셨으면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 전 대표를) 응원한다"고 했다.
오전 9시. 서점 오픈 시간을 30분쯤 앞두고 대기 행렬은 급격하게 불어났다. 70명 남짓했던 대기 인원은 오전 9시10분이 되면서 200명까지 늘어났고 서점이 문을 연 오전 9시30분엔 총 3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 전 대표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한 60대 여성은 '한동훈' 이름을 직접 붓으로 쓴 현수막을 들고 주변 한 전 대표 지지자들과 함께 들어 보이며 책 구매를 기다렸다. 이날 대기 행렬은 서점 회전문에서 시작해 반대편으로 교보생명 본사 빌딩 절반 정도를 둘러쌌다.
오전 9시30분 서점 문이 열리면서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설렘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가장 먼저 대기 줄을 서며 첫 번째로 한 전 대표 책을 구매한 B씨는 "1번이야!"를 외치며 서점 밖 대기 줄에 한 전 대표 책을 들어 보였다. 이를 지켜본 지지자들은 손뼉을 치며 축하해줬고 "한동훈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서점 안에 들어와 책을 구매한 사람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한 전 대표 책을 손에 든 기쁨을 표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서점에서 옹기종기 모여 한 전 대표 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점 밖 화단에 앉아 조용히 한 전 대표 책을 읽고 있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70대 여성 E씨는 계산대 가까운 매대에 자신이 구매한 책을 올려놓고 표지에 있는 한 전 대표의 사진을 쓰다듬었다. E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 전 대표가 두 달 만에 돌아와 책을 이렇게 보여주는 기쁨이 너무 크다. 한 전 대표는 앞으로도 무조건 직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책을 구매한 한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만간 공개 행보를 예고한 한 전 대표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한 전 대표의 책을 빨리 구하기 위해 출근을 미루고 서점을 찾았단 50대 남성 F씨는 "최근 정치가 구태의연해 보이고 올드한 면이 있어 보인다. 한 전 대표가 이를 뛰어넘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씨는 "한 전 대표가 나오면 윤 대통령과 화합하는 메시지가 있으면 좋겠다. 계엄이 잘못됐단 이야기는 그동안 항상 해왔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헌법재판소가 보여온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D씨는 "한 전 대표가 지금 돌아오는 게 정치적으로 유불리일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맞는 말만 해오셨던 분"이라며 "충분히 살아남으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밖에도 지지자들은 한 전 대표가 경제와 AI(인공지능)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책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황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찬성 입장을 밝히게 된 결정적 계기가 12월10일 저녁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아무래도 대통령이 자진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 사퇴하지 않고 탄핵 절차를 통해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 직전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오해받아 대통령실로부터 장관직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외에 한 전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조만간 공식 행보를 펼칠 전망이다. 일각에선 북 콘서트 등을 통해 전국을 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