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리나라가 맞나 싶었어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380 페이지에 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감사원 보고서'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실시한 총 291회 경력 경쟁 채용에서 관련 규정 위반이 878건에 달했다. 여기엔 선관위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친인척 채용 비리도 포함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배 의원은 지난 6일 '김대웅 선관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의 선관위는 선거가 정말 공정하게 관리됐는지 국민들이 수긍할 정도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만난 배 의원은 신뢰 회복의 열쇠로 '견제 장치'를 강조했다. 그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며 "선관위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108명 의원이 특별감사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이유"라고 말했다.
특별감사관법은 선관위에 대한 감시·견제 시스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대표 발의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주요 내용은 △외부 감시·견제 강화를 위한 특별감사관 도입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임 금지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도입 등이다.
배 의원에 따르면 국회가 원내 1·2 교섭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7일 이내에 한명을 선택해 특별감사관으로 임명하게 된다. 특별감사관은 감사원과 대검찰청, 경찰청 등으로부터 50명 이내 공무원을 파견받아 선관위를 감사할 수 있다.
배 의원은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직 금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헌법 114조에 따르면 선관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으로 구성된다. 그동안 법관은 관행적으로 선관위원으로 지명됐다. 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들 자체 투표로 뽑기 때문에 법관 역시 선관위원장으로 선출될 수 있다.
배 의원은 "법관이 선관위원장도 하면 얼마나 바쁘겠느냐"며 "회사로 따지면 대표는 매일 출근하지 않고 기획실장이 모든 것을 챙기는 상황이 된다. 대표는 무늬만 띄게 되고 내부 속사정은 모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셈"이라고 했다.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도 강조했다. 그동안 선관위 사무총장은 선관위 회의 의결을 거쳐 선관위원장이 임명했다. 배 의원은 "선관위 사무총장은 3000명을 지휘하는 장관급 인사"라며 "지금까지 인사청문회를 안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했다.
배 의원은 그동안 국회가 견제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이유로 선관위의 특수한 지위를 꼽았다. 그는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이 넘어도 당선 무효"라며 "선관위와 틀어지면 좋지 않다. 감사원 보고서가 없었으면 그동안의 관행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은 선관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지면 선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선관위 스스로 자정 작용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버리고 상시적으로 외부 감사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배 의원은 "선관위는 이미 여러 차례 제도 개선과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삼아 선거라는 본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다 바꾼다는 마음으로 개혁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선관위는 마음대로 고위직을 늘리고 장기·반복 무단 결근 등 복무 관리도 부실했다"며 "국정감사 대상에 지역 선관위를 포함하거나 공수처와 같은 제3의 외부 감사 조직을 만드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