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아놓고 참여도 안해?" 與 '필리버스터 법개정' 추진하나

김도현 기자
2025.09.30 05:48

[the300]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촬영해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게재한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모습. 김남근 민주당 의원의 토론이 한창인 가운데 국민의힘 의석이 비어있다. /사진=박선원 의원 페이스북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의 입법 추진 과정에서 여당의 지연 전략으로 발목이 잡혔던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관련한 국회법 손질에 나설지 주목된다.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고도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법 개정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여당의 개혁 입법 과제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단 우려가 더해지면서 당내에선 관련 요구가 들끓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는 2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국민의힘 주도의 필리버스터를 표결을 통해 종료하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지난 25일 시작된 이번 본회의에서 국회 증언·감정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등이 모두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열리게 된다. 또한 재적의원(현재 298명)의 3분의 1 이상이 종결 동의서를 제출하면 이로부터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100석 이상을 가진 현재의 국회 구조상 필리버스터가 열리면 거대 여당이라 할지라도 하루에 단 1개의 법안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본회의에서 69개 법안 처리를 목표로 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비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4개 우선 쟁점 법안 중심으로 상정안을 다시 꾸린 바 있다. 본회의 전에는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 개편 내용을 제외하는 양보안을 내놓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직후엔 여야 합동 수습을 위해 필리버스터 종결을 요청했지만 야당이 모두 거절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도중 한 명도 자리를 지키지 않거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회의 진행을 거부하자 필리버스터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서 고조되기 시작했다. 국회법 106·107·109조 등에 걸쳐 명문화된 필리버스터 관련 조항은 토론의 개시·중단·종료 등에 대해선 명시돼있지만 진행 요건과 관련해선 별다른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허영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필리버스터가 한창이던 전날 오후 SNS(소셜미디어)에 "국민의힘은 필버(필리버스터)를 신청해놓고 단 한 명도 듣고 있지 않다. 국회법 개정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학영 부의장(민주당)이 3일 동안 밤낮을 교대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주호영 부의장은 무책임하게 교대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건 국민의힘인데 본회의장엔 민주당 의원들이 더 많다"며 "주호영 부의장은 사회도 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냉정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주셔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이같은 지연전략이 이재명정부의 국정 수행 동력을 저해시키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데 더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만 해도 민생·성장·개혁·안전 등 4대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224개 법안을 처리하고자 했으나 지연전략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 처리 지연을 볼모로 한 쟁점 법안 철회 작전을 계속해서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쟁점 법안 필리버스터를 통해 '처리 지연' 수준에서 만족했던 국민의힘이 이번 본회의를 앞두고 필리버스터 대상을 비쟁점 법안으로 확대한다고 하자 여당이 처음으로 전향적인 양보안을 내놓는 모습을 목도한 까닭에서다.

한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당내 공감대는 모였지만 현행 필리버스터 개선을 위해 어떤 법을 어떻게 고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진 않은 상태"라며 "(필리버스터 진행 요건과 관련해) 수위가 결정되고 개정안이 마련되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다만 소수당의 유일한 견제 수단인 필리버스터까지 막아서려 한다는 프레임에 노출될 수 있어 당 전체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것인데 국민의힘이 빌미를 준 것"이라며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단순히 법안 처리 지연을 목표로 새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발목 잡기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필리버스터는 지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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