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여권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6월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서울시장직을 탈환하기 위한 사전 견제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오 시장을 상대적으로 손쉬운 상대로 점찍고 출마를 유도하기 위해 오히려 몸집을 키워주려는 속셈이란 분석도 나온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이 이끄는 서울시가 서울 종로구 종묘 인근의 세운4구역에 초고층 건물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천준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이른바 '오세훈TF(오세훈 서울시장 시정 실패 및 개인 비리 검증 태스크포스)'를 전날 발족했다. 오세훈TF는 종묘 앞 고층빌딩 개발 계획과 앞서 논란이 된 한강버스·명태균게이트 연루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의 오 시장을 향한 견제는 지난 9월 한강버스 취항 과정에서 본격화했다. 당시엔 개별 의원들이 비판 성명을 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세운4구역 높이 제한을 최고 71.9미터에서 141.9미터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정비 계획 결정을 고시하고, 지난 6일 대법원이 문화재 주변의 건설 개발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자 당 차원의 대응이 나오게 됐다.
민주당에선 오세훈TF 발족 직후 연이어 오 시장을 겨냥한 메시지가 나온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종묘 앞 초고층 빌딩 허용은 개발을 빙자한 역사 파괴다. 조선왕조 500년의 숨결이 깃든 서울의 품격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권향엽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1기 시절 전시행정 실패에서 교훈을 얻기는커녕 그때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부도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서울시의 재정비 계획 결정 고시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 국가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법률 제·개정을 통해서라도 종묘 앞 고층빌딩 건립을 막아내겠단 입장을 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종묘를 찾아 "종묘 인근 개발은 국민적 토론을 거쳐야 하는 문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라며 "(이번 개발 계획은 오 시장의) 근시안적 단견"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시장 재출마가 유력한 오 시장에 대해 여권이 일찌감치 견제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뒀지만,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을 비롯한 악재에 비춰볼 때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전현희 최고위원과 박홍근·서영교·박주민 의원, 홍익표·박용진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후보군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선 서울시장 선거에 영입 인사를 후보로 냈을 때 승률이 높았다는 점을 들어 기업인·관료 등을 내세워야 한단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여당 일각에선 '오세훈 때리기'를 두고 오히려 오 시장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도록 하려는 민주당의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2022년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시 오 시장과 맞붙었던 나경원 의원이 여당 입장에선 오히려 더 상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민주당 3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자체 분석 결과) 오 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해제를 한 달여 만에 번복하는 과정에서 보수층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된다"며 "지금 상황에선 오 시장보다 나 의원이 보수 결집을 이룰 수 있는 후보라는 점에서 더욱 부담스러운 상대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명태균게이트 등 여러 부정적인 현안도 많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오 시장에 연거푸 패배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의식하는 것은 맞지만 '오세훈 포비아(공포증)'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가 대선이 열리는 2030년까지다. 차기 대선까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 당 후보도 중요하지만 상대 당 후보가 누가 나오는 것이 이로울지에 대해서도 지도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운상가 개발 계획이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비판에 나서며) 순수성이 훼손되고 (정치적 이슈가 됐다)"며 "(지방선거 때문이라는)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도) 서울시정에 대한 부정적 공격 자세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시작됐는데 (갑자기) 무슨 TF냐"며 "(뭘 하게 될지) 한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