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1조7000억원 규모의 보상안에 대해 "전례가 없다"면서 추가 보상안에 선을 그었다. 정보 정보 유출 책임 소재와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원론적 답변을 반복했다.
로저스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이번 보상안 이외에 실질적인 보상안을 내놓을 의지가 있는지 '예·아니요'로 답해달라"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번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추가 보상계획안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청문회는 과방위를 비롯해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6개 유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불참했다.
청문위원들은 전날 쿠팡이 발표한 보상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특히 "국민 염장 지르는 식의 무능력·무공감 대책"(정일영 민주당 의원), "국회에 대한 우롱과 기만"(김현정 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쿠팡이 보상안으로 제시한 조건부 쿠폰 지급의 경우 미국 집단소송공정화법, 한국 공정거래법의 끼워팔기 금지 위반이란 지적(김우영 민주당 의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미국법과 관련해 정확하지 않다"며 "해당 법은 집단소송에 관한 것이고 쿠팡은 자발적인 보상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이번 개인정보 유출 외에 쿠팡의 직원 성과 프로그램과 물류센터 근로자 사망사고 등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
로저스 대표는 쿠팡이 운영하는 4단계 인사평가제도와 관련해 하위 단계인 리스트 이펙티프(LE) 등급을 받은 직원이 이수해야 하는 성과개선계획(PIP)이 사실상 퇴출을 전제로 작동하는 인사관리 절차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직원 성과 프로그램은 엄격한 한국 법령을 따르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법령을 따르도록 하겠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2020년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고 장덕준씨와 지난 11월 사망한 고 오승룡씨의 사망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책임 있는 보상을 요구하는 고 오승룡씨의 누나 오해리씨의 발언에 대해선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가족께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청문회 자리엔 고 장덕준씨의 모친인 박미숙씨와 오해리씨가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박미숙씨는 준비해온 글을 읽기에 앞서 쿠팡 관계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기도 했다.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의 책임유무를 따지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한국 대표로서 책임이 있다"며 끝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보 유출 문제에 대해선 "책임지는 것에 대해 국회와 규제당국에 그 답을 맡기고 싶다"면서 "우리는 규제 당국의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장의 불참과 로저스 대표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청문회의 힘이 빠지자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내일(31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