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와 안보 두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여명의 대규모 경제 사절단 방중을 계기로 한중 경제 협력이 한 단계 도약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추진,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 등 양국 간 민감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도 이번 회담의 과제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으로 입국하며 3박4일 간의 국빈 방중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동포 만찬 간담회를 한 뒤 5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중국 CCTV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분야라든지 첨단산업 분야에서 수평적인 협력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서 서로에게 도움되는 협력적 경제 관계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며 이번 방중의 주요 목적이 양국 호혜적인 경제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데 있음을 밝혔다.
과거에는 한국이 주로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했다면 중국의 기술과 자본이 괄목할 정도로 발달한 현 시점에선 보다 수평적인 한중 협력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AI 분야에서 중국은 미국와 1,2위를 다투고 있고 태양광, 전기차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우리와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줄었다고는 하나 2024년 대(對)중 교역액은 2729억달러로 여전히 미국(1999억달러)을 앞서는 1위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한중 양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공급망 투자·디지털 경제·벤처 스타트업·환경·기후변화·인적교류·관광·초국가 범죄 대응 등 분야에서 각자가 가진 비교 우위를 살리고 공동 이익을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윈윈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10건이 훌쩍 넘는 MOU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시 주석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 방한 당시에 한중 양국은 중앙은행 간 5년 만기 4000억 위안(70조원·계약 환율 기준)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을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양해각서) △실버 경제 분야 협력 MOU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MOU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MOU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MOU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MOU 등 6건의 MOU를 체결했다.
한반도 정세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의지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중국이 북미 또는 남북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기여할 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는 우리의 유화 제스쳐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다. 북한은 이 대통령의 출국 당일인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위 실장은 브리핑에서 "한중 관계의 전면적 복원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통해 실현 가능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양국 간 민감한 문제들에 있어서도 이번 회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의 핵잠 건조 추진과 서해 구조물 문제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다수의 구조물을 무단 설치했다. 중국이 단순 어업시설이라 주장하지만 향후 한중 영유권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 실장은 "북한이 핵잠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그러한 새 안보환경 변화에 우리가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해 잘 설명하려 한다"며 "우리가 추진하는 핵잠이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 구조물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주 한중 정상회담 당시에도 논의됐고 그 이후 실무협의가 진행됐다"며 "협의 경과를 바탕으로 진전을 모색해보고자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에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해제, 완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 위 실장은 "중국 측 공식 입장은 한한령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볼 때에는 다른 상황이고 그런 속에서도 서로 문화교류에 대한 공감대는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물려서 접근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양국 외교 실문진에서 공동문건을 준비하고 있진 않은 것으로 파악돼 이번 한중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은 발표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2017년 문 전 대통령 국빈 방중 당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한중 긴장감이 높다는 이유로 공동성명은 나오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한중 관계가 어려웠던 것은 우리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중 관계 악화라는 큰 틀 속에서 빚어진 문제였다"며 "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자주 마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재명정부가 주장하는 실용외교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 번의 회담에 큰 기대를 걸기보다 향후 잦은 만남을 통해 양국 신뢰를 더 공고히 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