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서해상에서 공중 훈련을 진행하던 중 중국이 전투기를 출격하면서 미·중이 한반도 인근에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0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 F-16 전투기 10여 대가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 오산기지를 이륙해 서해상의 한·중 방공식별구역 중첩 지점까지 기동했다.
초계비행하던 미군 전투기들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사이, 양측 구역이 겹치지 않는 공역까지 비행했다. 미 전투기가 접근하자 중국도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다만 양측이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은 이번 훈련에 앞서 한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목적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공군이 참여하지 않는 주한미군의 단독 훈련의 경우 계획이나 목적을 모두 공유하지 않는 사례도 있다. 군 당국은 훈련 사실을 인지한 뒤 미국 측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미국 측과 어떤 논의를 했느냐', '이번 훈련이 통상적인 구역에서 이뤄졌느냐' 등의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많은 주한미군 공군 전력이 CADIZ 인근에서 독자적인 훈련을 한 건 이례적으로, 대중국 견제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1월 "한국은 러시아 북부함대, 중국 북부전구, 북한군 모두에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미측은 주한미군이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자국 영공에 타국 비행체가 들어오기 전 침범 의사 등을 조기 식별하기 위해 관측 및 통신이 가능해지도록 한 임의 구역으로, 주권을 가진 영공과는 구분된다. 다만 통상 타국 항공기가 ADIZ에 진입할 경우 해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KADIZ는 1951년 3월 미국이 설정했고, 중국의 동중국해 CADIZ는 2013년 11월 중국이 정했다. 지난해 12월 9일엔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 및 남해 KADIZ에 진입해 우리 국방부가 엄중히 항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