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정부안에 대해 절충안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소유 지분 제한'이라는 프레임이 유지되는 한 위헌 논란은 사그러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운영을 주도하는 국민의힘도 대주주 지분 규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장기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입법조사처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 정부안에 포함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관련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당초 대주주 지분 제한 상한을 20%로 두되, 법 시행 후 3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입법안을 더불어민주당에 제시했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거래소엔 추가로 유예기간 3년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규 사업자는 금융위 시행령으로 지분을 34%까지 허용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입조처의 판단은 단호했다. 입조처는 해석을 의뢰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대주주 지분율 제한이 재산권(헌법 제23조)과 직업의 자유·기업활동의 자유(헌법 제15조), 소급입법 관련 문제(헌법 제13조)에 있어 위헌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입법례를 비교할 때 기존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의 지분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도록 한 사례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해외 주요국은 유의지분 승인·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심의 규율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도의 도입 여부는 헌법적 쟁점, 정책적 타당성 및 국제 규제 동향과의 정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보다 먼저 가상자산거래소 규제를 법제화한 나라들 중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미국의 경우 뉴욕주가 2015년부터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을 신청하면 주요 주주·임원·책임자 등의 신원조회 정도를 요구할 뿐 연방의회 차원의 제한 입법은 없다. 싱가포르는 사업 비윤리 행위에, 영국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 및 거래소 소유 구조 공시 등에 초점을 맞췄다.
김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규제 지분율 수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분율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지분 규제가 이뤄졌다면 모르지만 사후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주주 지분 제한은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산업 혁신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 목소리가 비등하다. 가상자산 입법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디지털자산TF(태스크포스)가 당 지도부에 정부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배경이다. TF는 정무위(5명)·재정경제기획위원회(2명)·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2명) 소속 위원들로 구성돼 있다.
학계·법조계·업계 자문위원 9인으로 구성된 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단 역시 지난달 4일 "(지분 규제는) 당혹스러운 아이디어"라며 "관치의 시각에서 벗어나 충분한 숙의를 거쳐 현명한 판단과 속도감 있는 입법이 이뤄지길 간곡히 요청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민주당에 제출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 당 지도부도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섰다. 당초 입법 속도를 위해 정부안 수용을 검토했는데 위헌 논란과 당내 반발이 제기되자 최근 '절충안 논의'로 방향을 틀었다.
정무위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정무위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비합리적인 사안에 발목 잡혀 늘어지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반대하고 있어 당정 합의안이 올라가더라도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정무위원 역시 "여야 합의 없이는 정부 의도대로 법안이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