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정부의 가상자산거래소 규제안을 일단 수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당내 디지털자산태스크포스(TF)의 규제 완화 의견을 수용해 절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주주 지분 상한선을 정부안보다 더 올리는 절충안이 나오더라도 소유 지분 제한 방침을 인정한다는 것이어서 재산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은 해소되지 않는다. 이에 가상자산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대주주 지분 제한을 기정사실화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부 통제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당 위원들은 이번주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달 하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할 가상자산(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논의한다. 당정협의는 지난 5일 열릴 계획이었으나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순연됐다.
이번 당정협의의 핵심 의제는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관련 조항이다. 금융위는 민간기업인 가상자산거래소를 '공공 인프라'로 간주하고 시장 투명성과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을 15~20%로 제한하는 규제안에 업계는 물론 민주당 TF 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자 지분율 상한을 20%로 두되 예외에 따라 34%까지 허용하는 정부안을 마련해 여당에 제시한 상태다.
민주당 내부에선 그러나 대주주 지분 제한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고 스타트업 등의 신규 시장 진입을 저해할 수 있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반대 의견이 많다.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TF 내부에선 조속히 법안을 처리하자는 의견과 신중하게 숙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동시에 있다"면서도 "적어도 정부의 15~20% 지분 제한 주장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정책위 역시 정부안을 고집하기보다 업계와 TF의 의견이 반영된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도 정부가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무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민간 스타트업 중심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지분율 제한은 사후 규제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논란이 있거나 숙의가 필요한 조항을 제외하고 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