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원전(원자력 발전), 인프라 분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의 도시철도 차량 수주를 이끌어내는 등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 대통령이 주도하는 '톱-다운'(Top-down·상부 주도)식 경제 외교로 민간기업을 포함한 '팀 코리아'의 베트남 국책 사업 수주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실권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쌓은 두터운 신뢰의 결과물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 베트남은 22일(현지시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럼 서기장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원전 개발 MOU' 등 12건의 합의 문건을 체결했다.양국은 베트남의 신규 원전 건설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한편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관련 MOU도 체결했다.
베트남 정부는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국가 개조 전략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해 닌투언 지역에 원전 단지 2곳(총 4기)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약 200억~250억 달러(약 29조~37조원)로 두 번째 사업에서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인프라 분야에선 수출 계약 체결도 견인했다. 오는 23일 베트남 호치민 도시철도에 대한 한국의 철도 차량 수출 계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베트남 최대도시 호치민의 첫 도시철도(1호선)는 지난 2024년 첫 개통했고 현재 2호선 공사가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번 수출 계약을 고리로 대규모 베트남 국책 사업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표적 사업이 2027년 착공 예정인 북남고속철도 사업이다. 베트남 북부(하노이)와 남부(호치민)를 잇는 1541km 길이의 철도로 총 사업 규모만 67억 달러(약 10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밖에 베트남의 동남 신도시와 자빈 신공항 등 국책 인프라 사업 분야에서도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 동남신도시 1지구 사업 규모는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순방 성과는 취임 직후부터 공을 들인 럼 서기장과 신뢰 구축의 결과물로 파악된다. 베트남은 당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외교·국방), 총리(행정), 국회의장(입법) 등이 권력 서열 1~4위에 포진한다.
지난 2024년 8월 서기장에 오른 럼 서기장은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 베트남 국회로부터 국가주석으로 인준받았다. 서열 1위인 당 서기장과 서열 2위인 국가주석을 겸하며 당과 정부를 대표하는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한 것이다. '베트남의 시진핑'이란 별칭이 붙은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인 지난해 8월 첫 국빈 방한한 럼 서기장과 2030년까지 양국 교역 규모를 1500억달러(약 220조원)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와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의 특별한 관계와 럼 서기장과의 인연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 3대 교역국으로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기도 하다. 럼 서기장이 이끄는 베트남 새 지도부 출범 이후 국빈 방문한 정상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인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베트남 국가 체제상 럼 서기장의 판단은 절대적"이라며 "이 대통령이 럼 서기장에 우선 순위를 부여해 (신뢰 관계) 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