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곳을 지키더라도 지금 노선대로 가면 끝이죠."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자리를 어느 정도 지켜낼 경우,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재 노선이 옳았다며 쇄신을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남에서 보수가 결집하고, 서울의 경제 선거 프레임이 작동하면 야당이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더라도, 당 개혁의 기준이 '몇 곳을 지켰느냐'에 연동돼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유권자에게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보수 정당이 스스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고 자부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이 두 가치를 모두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절윤하고 새 길을 걷는다'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보완수사' 대책 없이 수사기관 개편을 밀어붙이고 '공소 취소' 모임까지 띄워도 야당의 비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윤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체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했다는 생각에 많은 유권자가 귀를 닫고 있다.
그 사이 민주당은 '중도'와 '실용'을 내세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24년 총선 대패 등으로 이미 비주류로 내몰린 국민의힘은 더 밀려나고 있다. 뚜렷한 정책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청년·약자·호남 등 새 유권자층을 개척하려는 시도도 약하다. 반면 '반공 보수세대'는 줄어든다. 영남·고령층 결집만으로는 전국 선거를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지도부는 윤 어게인에 밀착해 쇄신의 운도 못 뗀다. 정당의 존재 이유인 '집권과 정책 실현'을 이룰 의지는 있는지 의문이다.
지선이 끝나면 2028년 총선까지 약 1년 반 남는다. 절윤도 못 하면 중도 확장, 정책 혁신이 막힌다. 총선 전까지 20% 안팎의 지지율에 갇힐 수 있다. 가장 큰 책임은 지도부에 있다. 동시에 개별 의원들도 당선 후 안주·관망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이 쇄신의 마지막 기회다. 지도부가 먼저 노선을 틀어 결자해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가오는 원내대표 선거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개혁은 보수 통합·화합의 장을 넓히는 길이다. 거여의 대안으로 다시 인정받을 길이다.
계엄의 그늘에서 치러지는 선거전은 또 지리멸렬할 수밖에 없다. 후보 10명 중 7명이 공보물에서 윤 전 대통령 사진을 뺀 지난 총선 풍경을 되풀이하고 싶은 의원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