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을 받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서울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을 찾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장 대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재선거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부정선거론과 선을 긋지 못한 채 중도 확장성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장 대표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 지역구인 충남 보령에 내려갔던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올림픽 공원을 찾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저녁에도 홀로 평상복 차림으로 서울 올림픽공원을 시위 현장을 찾아 재선거를 외치는 시민들 행렬에 동참할 예정이다.
올림픽공원을 찾는 장 대표는 매번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개인 신분으로 시위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장 대표 측은 이를 두고 "어떠한 당파성도 보이지 않고 참정권을 침해를 규탄하는 2030 세대와 시민들 뜻에 동참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측근 의원들이나 국민의힘 인사를 대동하지 않고 홀로 재선거를 강조하는 점도 이런 의도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가 자신을 향한 당내 사퇴 압박 등에 쏠리는 시선 등을 분산시키려 올림픽공원 시위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거취 여부를 놓고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홀로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이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 11일 SNS(소셜미디어)에 "청년들과 시민들은 거리에서 '재선거'를 외치며 싸우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대표 사퇴' 주장하기 바빠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들을 '극우', '부정선거론자'로 몰아 민주당을 '극혐'하는 청년들조차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다.
일각에선 추후 진행될 당권 재편 과정, 2028년 총선 구도 등 속에서 2030 세대가 자신과 국민의힘을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단 의도라고도 분석한다.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최근 당 지지율 상승 배경에 청년층 움직임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전면 재선거를 찬성하는 입장은 44%로 집계됐다. 20대와 30대에서 전면 재선거를 찬성하는 입장은 각각 67%, 62%를 기록했다. 장 대표도 지난 12일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함성의 자유와 광장의 항거를 방해 말라"고 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같은 장 대표 행보에 우려도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장 대표가 '부정선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는 모습 등이 공개되는 점이 당의 중도 확장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은 기존의 거대한 기획에 의해 선거 과정과 결과가 조작되고 있다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기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킨다"며 "장 대표는 지난 일련의 선거들은 조직적으로 기획된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확신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용해온 장동혁 지도부로는 민주주의 수호와 진전을 바라는 청년들의 열망을 제도화할 수 없다"며 "공당 대표가 극우 유튜버 등이 만들어낸 부정선거 음모론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당권을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십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이같은 비판에 "'부실선거'라고 부르고 싶으면 그렇게 부르면 되고, 뭐라고 부르든 그것 또한 당신들의 자유"라며 "하지만, '부정선거'라고 외치는 순수한 청년들을 '음모론'의 프레임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1.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