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당국이 만든 투기판, 레버리지ETF①
삼성전자(322,500원 ▲23,500 +7.86%)·SK하이닉스(2,150,000원 ▲49,000 +2.33%) 단일종목 일일 등락률을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하루에만 9조원에 달하는 거래가 이뤄지면서 사실상 정부가 합법적인 투기판을 열어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는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서학개미를 지목하고 이들을 국내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하고 부작용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신용 대출 관련 규제는 강해지는데 사실상 차입 투자 효과를 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14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개 합산 거래대금은 이날 기준 8조8782억원에 이른다. 순자금 유입 규모는 5조370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심화교육을 신청한 예비투자자는 38만명, 교육을 이수한 투자자는 35만명이다. 교육 신청자는 지난달 25일 10만명 수준이었으나 한 달도 안 돼 3배 넘게 늘었다.
상장한 지 12거래일 만에 조단위 자금을 빨아들이는 등 수익률 2배를 얻기 위한 투기판이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일일 회전율(합산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은 상장한 지 5거래일 만에 삼성전자는 158%, SK하이닉스는 163%를 기록했다. 회전율 수치가 높을수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하루 만에 주식의 주인이 1.6번 바뀌었다는 뜻으로 오전에 주식을 산 사람이 오후에 팔고, 오후에 산 사람이 장 마감 전 파는 '단타 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스피 회전율이 1~2% 내외인 데 비해 160배에 가까운 수치다.

시장 과열과 쏠림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몰리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목 자체에 쏠림 현상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가총액 비중은 51%에 달한다. 이에 증권가는 반도체 업종 쏠림 심화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 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오히려 하락하는 기현상도 반복된다. 지난 9일 SK하이닉스 일일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20,280원 ▲940 +4.86%)는 전일 대비 27%대 하락했다. 반대로 SK하이닉스 주가는 15%대 상승했다.
이는 괴리율 관리에 실패한 영향이다. 지난 8일 장 마감 직전 LP(유동성 공급자) 호가가 비면서 비정상적인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고, 호가가 벌어져 괴리율은 90%로 치솟았다. 만약 이날 장 마감 직전 해당 ETF 매수한 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현상이 다른 상품에서도 반복되면서 일부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기판을 열어준 건 사실상 정부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월2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우량주 단일종목을 기초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추진한다"며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갑작스러운 제도개선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입에서 시작됐다. 김 정책실장은 올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에 '나스닥에선 가능한 것을 왜 국내에서는 못하게 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검토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정책실장은 운용업계와의 간담회에서도 고위험·고배율 ETF 종목 허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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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을 줄일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전후로 과열 조짐이 보이자 사전교육(일반교육 1시간·심화교육 1시간)에 기본예탁금 1000만원 예치 등을 요구했다. 손실이 단기간에 크게 발생하는 지렛대 효과, 단일종목 가격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며 투자금이 녹아내리는 음의 복리효과 위험 등을 투자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증권사 등에는 마케팅 자제령도 내렸으나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이나 빚투(빚내서 투자)를 나타내는 신용융자는 제한하면서 사실상 차입 투자와 같은 효과를 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에는 어떤 제한도 없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도입에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