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106일 만에 종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정부는 에너지 공급망의 신속한 정상화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아울러 HMM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을 상대로 확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이란과 전쟁 종전 및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가 서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만나 100일이 넘게 이어진 전쟁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정부는 환영의 메시지를 내놨다. 청와대는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 협상 관련 진행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위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종전 협상 타결로 정부가 영국·프랑스 주도의 협의체와 미국의 해양안보구상(MFC)에 참여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자유 통항을 주장한 반면 이란 측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통항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전력 파견 여부나 종료 등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현재 없다. 현지 위협 평가와 전력의 전개, 작전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기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의 조속한 회복이 꼽힌다. 이 해협은 평시 하루 200척의 배가 통과하는 곳이었으나 전쟁 여파로 2000여 척의 선박이 갇혀 있었던 만큼 정상적인 통항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동 정세 안정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한국의 원유·LNG 도입이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쟁 중 새로 구축한 대체 공급망도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와 업계에선 홍해 등을 우회하는 대체 수송로를 종전 후에도 유지하고 미국산 에너지 수급 다변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지난 5월 발생한 나무호 피격 사건의 외교적 해결도 시급하다. 지난달 27일 외교부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나무호가 이란의 대함미사일에 피격당한 사실은 확인됐으나 공격 주체가 이란 정규군인지, 이란혁명수비대(IRGC) 또는 제3의 세력인지 등은 특정되지 않았다. 이란 외교부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측의 모호한 대응 속에 중동전쟁이 종전 국면을 맞으면서 피격 사건의 책임 규명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 국민과 재산에 직접적 피해가 발생한 사안인 만큼 반드시 책임 소재를 따져 물어야 한다고 했다. 물밑 외교전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받아내야 하는 외교적 과제가 정부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란에 문제 제기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전후 재건 사업 등에서 이란이 한국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만큼 이란 정부로부터 인정과 사과를 받아낼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