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찰떡호흡'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1년 동안 멜로니 총리와 세 차례 회담했다. 이 대통령은 1년에 2~3차례에 불과한 이탈리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해 각별한 예우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국빈 자격으로 이탈리아를 찾아 11일과 12일 각각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멜로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탈리아는 26년 만에 국빈 방문한 이 대통령을 위해 공식환영식은 물론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 총리 주최 환영식, 공식 환송식까지 제공했다. 이 대통령은 국빈 의전에 따라 13일에는 지방도시인 토스카나주 피렌체를 방문했다. 지난 14~15일에는 교황청(바티칸)도 공식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와 취임 후 세 번째로 만났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탈리아의 국가 원수는 대통령이지만 국정 운영의 실권은 총리가 쥐고 있다. 1977년생 젊은 여성 정치인인 멜로니 총리는 지난 2022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 형제들'을 이끌고 승리해 총리 자리에 올랐다.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성향 지도자이자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란 점에서 화제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UN·국제연합) 총회 일정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멜로니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첫 인사를 나눈 두 정상은 양국의 지리적 위치, 국민성 등이 비슷하다는 점을 토대로 공감대를 넓혔다. 멜로니 총리가 경제와 문화 측면에서 잠재력이 높은 한국 방문을 희망했고 이 대통령은 즉각 초청을 제안했다. 당시 멜로니 총리는 "9세 딸이 K-팝 팬"이라며 친근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1월 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2박3일 일정으로 공식 방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 방한한 유럽 정상이자 청와대 복귀 후 맞이하는 첫 외빈이었다. 이탈리아 총리로는 19년 만의 양자 방한이었다. 당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어로 "본 조르노(Buongiorno·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멜로니 총리는 "한국어에 '정'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한국과 이탈리아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5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세번째 회담에선 한층 강화된 유대감을 자랑했다. 이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에게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 매우 많다"며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탈리아를 서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며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특히 경제, 우주항공 등 첨단 기술과학과 문화, 사회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더욱 구체화했고 현안을 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예컨대, 이탈리아가 새로 시행한 '초감가상각 제도'에서 우리 기업에 불합리한 요건이 폐지됐다. 초감가상각제도는 기업이 신규 설비 도입시 실제 구매가보다 높은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영향을 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마타렐라 대통령과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지난해 1월 한국을 찾은 멜로니 총리께 이탈리아에서 새로 도입한 초감가상각제도가 우리 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의견을 드렸다"며 "이탈리아 정부와 의회가 기민하게 대응해 주신 덕분에 우리 기업에 불리한 요건이 해소됐다고 한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3일 한-이탈리아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행사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당시 문재영 HD건설기계 사장이 이탈리아 정부의 문제 해결 속도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페라리에 비유하며 초감가상각제도 문제가 신속히 해결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동포 간담회에서도 멜로니 총리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15일 로마에서 동포들을 만나 "(여러분께서 민원을 주셨던) 영문 면허증 문제도, 운전면허증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라며 "한글학교 운영비도 대폭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이탈리아 정부가 공인가이드 자격증 관련 민원을 해결해 준 데 대해 "멜로니 총리의 일처리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며 "이재명 정부도 빠르다고 정평이 나 있는데 멜로니 총리는 더 빠른 것 같다. 이탈리아 일 처리가 늘 그렇게 빠른 건 아니라고 하니 더 인상적"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이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이탈리아는 8년 만에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