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수용 불능) 사망 사건 관련 의사 2명이 검찰에 송치된 것을 두고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응급의학과 등 필수과 기피 현상의 고질적 요인으로 의료소송 부담이 꼽히는 가운데,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의사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단 주장이다.
16일 경찰·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지난 4월 대구지역의 대형병원 소속 의사 A씨 등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23년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처치 없이 타병원으로 옮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환자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던 중 심정지 상태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등을 상대로 응급치료 기피 사유 등을 조사해 3년 만에 당시 의료진을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응급의학계는 경찰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우려를 드러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이날 성명에서 "사건 당시 보건복지부도 현지 조사를 면밀히 진행했고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결과 해당 병원들에 행정처분을 내렸다"며 "의사 개인들도 검찰과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회는 "경찰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협조해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일부 성과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과 의료계에 신뢰를 깨뜨리고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반드시 불기소 처분이 올바르게 내려져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 노력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응급의료 분야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형사처벌 면제와 민사 배상 최고액 제한 같은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이날 "복지부 행정처분이 현장 의사를 옥죄는 사법적 단두대가 됐다"며 "검찰은 이번 송치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게 하거나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어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돌려 해결될 사안이 아닌, 오랜 기간 누적돼 온 우리나라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에 있다"며 "경찰은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를 간과한 채 사후적 결과만을 근거로 의료진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의사 개인을 검찰에 송치한 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를 현장에 떠넘기는 행태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이번 일로 가뜩이나 기피되고 있는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 의료 분야의 이탈을 더욱 가속할 것을 깊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