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강행에 반발해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수용을 거부하고 있지만, 여의도에서는 "결국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등 11개 상임위를 앞세워 7월 임시국회 입법 속도전에 나서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이른바 '알짜 상임위'를 장기간 비워두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오는 6일 오후 2시 7월 임시국회를 소집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하더라도 자당이 위원장을 맡은 11개 상임위를 우선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 재배분 없이는 원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며 상임위 전면 보이콧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다.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반발로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남은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뒀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간 상황에서는 나머지 상임위원장도 받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상태대로 원 구성에 협조할 수 없다"며 "강한 투쟁을 통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취소를 위한 공소취소특검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라며 "민주당의 1차 원 구성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에도 원 구성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7월 임시국회에도 당장 참여하지 않고 의원총회를 열어 투쟁 전략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원 구성 협상 논의는 아직 없었다"며 "우리 당에서는 강경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방침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전혀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거의 일방적으로 민주당에서 정했고 심지어 상임위원까지 정해서 저희에게 통보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보이콧을 '민생 보이콧'으로 규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이어가며 민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국회 보이콧은 곧 민생 보이콧"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이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남은 7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협조하고 임시국회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 운영 방향을 '일하는 국회 전면화'로 정하고 경제산업의 전환, 삶과 안전의 전환, 기후 미래의 전환, 국가 제도의 전환 등 4대 목표 아래 67개 핵심 입법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장 법사위에서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 등 이른바 검찰개혁 후속 입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와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입장에선 강경 대응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데 고민이 크다. 공개적으로는 민주당의 원 구성 강행을 '입법 독주'로 규정하며 7개 상임위원장 수용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내 복귀 현실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남은 상임위는 지역 현안과 예산, 산업 정책과 직결된 핵심 상임위로 꼽힌다. 장기간 상임위를 거부할 경우 민주당을 비판하는 명분은 세울 수 있지만 정작 지역 민원과 정책 대응에서 손을 놓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부담이다.
당내 선수별 이해관계도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힘 3선 의원 가운데 아직 상임위원장을 맡지 못한 의원들 입장에서는 남은 7개 상임위원장까지 모두 포기하는 결정을 장기간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반면 이미 상임위원장을 경험한 의원들이나 강경 투쟁론을 앞세우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법사위원장 선출을 인정하는 듯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강하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7개 상임위원장을 남겨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계속 거부하면 민주당은 '일하지 않는 야당' 프레임으로 압박할 수 있고 국민의힘이 결국 수용하면 원 구성 강행 책임론을 일정 부분 희석할 수 있어서다.
야권 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the300(더300)에 "국민의힘의 고민은 7개 상임위원장을 받을지 말지 자체보다 어떤 명분으로 원내에 복귀하느냐에 있다"며 "법사위 운영 문제, 공소취소특검법 처리 중단 요구, 선관위 특검 등 최소한의 출구전략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용도 거부도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분 없이 7개 상임위원장을 받으면 민주당의 원 구성을 사후 승인하는 모양새가 되고 끝까지 거부하면 후반기 국회에서 원내 견제력과 지역 현안 대응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