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주요 입법 과제를 연말까지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관련법을 손질한다. 출석 요건을 강화해 기준에 못 미칠 경우 국회의장이 언제라도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안이 유력하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3일 후반기 국회 대비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필리버스터 관련 국회법 개정에 뜻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차례로 넘은 관련법의 본회의 표결을 서두르겠다는 의미다. 현행 국회 구조상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처리가 가능하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열리고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종결동의서를 제출하면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종결할 수 있다. 110석을 가진 국민의힘이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걸게 될 경우 하루 한 건의 법안만 처리 가능하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진행 중 본회의 출석 의원 수가 재적 의원 5분의 1(60명) 미만으로 줄어들 경우 토론을 종료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전 국회부의장의 필리버스터 회의 주재 거부로 추진됐던 개정안은 소수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일단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 상반기 국민의힘이 발의한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거는 행태가 이어지자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입법 속도전 주문도 필리버스터법 개정 추진의 배경이다. 이 대통령이 "국운을 걸었다"며 추진 중이 3대 메가프로젝트의 후속 조치를 위해선 국회 일 처리가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한병도 민주당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AI(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법안 처리가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국회가 돼선 안 된다"며 "민주당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필코 성과를 내 부끄럽지 않은 후반기 국회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법 개정 추진을 강하게 성토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국회 본회의장을 민주당 의원총회장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며 "야당의 목소리가 국민에게 생중계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필리버스터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소수 야당의 협조가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해선 현재 180표 이상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석수는 161석에 불과하다.
한 여당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조국혁신당 등 범진보진영 야당이 동의해야 필리버스터 종결이 가능하고 개정안 처리도 할 수 있다"며 "이들의 동의가 없다면 국민의힘의 무제한 저지가 가능해 필리버스터법 개정에 반대했던 이들의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우선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